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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과 폼생폼사를 위한 전제조건

어린시절 부모님과 함께 남해에 놀러갔던 적이 있었다. 처음 보는 남해대교를 보고 ‘와’하는 탄성을 질렀다. 지금은 남해대교보다 더 큰 현수교가 있으나 당시만 해도 보기 드문 현수교였으며 그 규모도 어린 나이에는 엄청난 것이었다. 난 한달음에 다리를 건너보고픈 마음에 그리고 다른 누구보다도 더 빨리 1등으로 다리를 건너보고픈 마음에 뒤에서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를 무시하고 뛰었다. 다른 이들은 다리를 보면서 생각을 하고 천천히 걸어왔지만 난 1등으로 다리를 건넜다. 1등으로 다리를 건너왔다는 생각에 헐떡이는 심장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참 뒤 다리를 건너오신 어머니는 나에게 남해대교의 모양과 어떻게 교각을 건설 했을까라는 물음을 주셨다.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다리의 모습과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남해대교의 건설에 피땀을 흘렸는지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냥 1등이면 된다는 생각만을 했었다.

우리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이 1등을 바라고 살고 있는 것일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1등을 바라면서 뛰고 있고 1등을 해야 인생을 폼나게 산다는 ‘폼생폼사’에 몰두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 우리학교 학생들도 그럴 것이다. 엄친아나 엄친딸보다 더 잘나가는 자식이 되고자 질주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무엇을 위한 1등이고 무엇을 위한 폼생폼사인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1등이나 폼생폼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선호하고 있다. 다만 목적의식과 가치지향적이지 못한 1등과 폼생폼사를 경계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지나치게 결과중심주의, 경제적 가치 및 결과에 대한 신뢰에 치우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영역에서 가치지향적인 삶이 아니라 돈과 경제적인 수치, 계측화된 서열 등에 목메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의 삶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목적의식을 잃어버리고 오히려 인간 삶에 필요한 도구인 경제와 계측화된 수치 결과만을 맹신하는 것은 아닐까? 국가공동체가 존속하기 위한 토대인 문화의 가치를 너무나 경제적인 관점에서 파악해 한류라고 떠드는 것은 아닐까?

경제적인 수치와 성공 결과는 궁극적인 인간 삶을 위한 인프라이다. 경제적인 성공 그 자체가 결코 인간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경제적인 성공만을 궁극적 삶의 목적으로 생각한다면 결국 모든 것을 서열화하고 차등하는 결과로 전락할 것이며 인간 개개인이 희망하는 자아실현과 개성의 추구는 상실되고 만다. 시대의 화두인 경쟁, 산업화, 이윤추구, 경제적인 부의 완성 등을 통한 1등의 실현과 폼생폼사의 추구는 인간을 위한 따뜻한 마음을 전제로 할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우리 학생들은 인간의 본질적인 가치을 무시하고 결과가치의 중요성만을 따지는 현 세태에서 벗어나 인간 삶의 궁극적인 가치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그 고민을 실현하고자 하는 젊은이의 패기를 안고 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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