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세 사람의 친구가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친구들의 직업은 건축가, 법률가 그리고 정치가였다, 세 친구는 술을 마시면서 자신의 잘난 점을 자랑하며 자신의 직업이 최고라고 주장했다. 먼저 건축가는 자신이 이 세상에 많은 빌딩, 학교, 다리, 항만 그리고 도로를 설계해 건설했으니 무의 세상을 유의 세상으로 만들었다며 자신이 최고라고 했다. 이 말을 듣던 법률가는 고개를 저으며 건축가의 생각은 어리석다고 했다. 왜냐하면 아무리 건축을 하려고 해도 법적으로 허가를 받지 않으면 건축을 하지 못하니 건축에 대한 결정권자인 법률가가 더 위대하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던 정치가는 빙긋이 웃으면서 두 사람 다 옳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가가 최고라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세상의 처음은 혼돈이었는데 그 혼돈은 바로 정치가가 만든 것이라고.
한편으로 허무의 극치를 느끼게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현실을 빗댄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부의 KBS와 MBC에 대한 장악, 정부의 세종시에 대한 수정안의 홍보, 서울특별시의 특별한 교육감의 부정부패, 학교에서 무상급식을 하는 것이 좌파적인 사고라는 주장하는 국회의원, 6.2 지방자치 선거를 앞둔 경상도와 전라도에서의 특정 당에 유리한 선구구의 획정, 성희롱사건을 일으켰던 사람에 대한 재입당 허가 등의 문제는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아마 일부의 기사는 세상에 이런 일이 하면서 해외의 언론매체에 게재될 지도 모른다. 실제로 과거 미네르바 사건의 경우가 그랬다고 하는데.
그러나 우리는 이 시점에 이러한 문제를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의 현실을 허무하게 만드는 정치가의 작태는 단지 하나의 가십(gossip) 거리인가?
아니다. 헌법에서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권자라는 것을 규정하고 있는 이상 남의 집 불구경 하듯이 바라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4년 또는 5년에 한 번씩 선거 날에만 자신의 주권을 행사하는 국민으로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스스로 주권자임을 포기하는 것이다. 주권자로서의 국민은 깨어 있어야 하고 국가의 정책이 옳지 않은 길로 이끌려가는 것에 대한 건전한 비판으로 국가의 민주적 발전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국민은 지속적인 관심과 비판을 통해 정치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채찍을 가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정치를 허무하게 만드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정치가의 책임이지만 그런 허무가 발생하지 않도록 당근과 채찍을 가하는 것은 국민의 최소한의 의무이다. 이러한 국민의 견제 속에서 정치가는 국민의 건전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고 자기 중심적이고 자기 소속당 중심의 편파성에서 벗어나 진정 국민을 섬기는 정치가로 거듭나야 한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은 정치가들의 천국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천국으로 만들어야 하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청년 젊은이를 포함한 모든 국민은 허무의 정치를 벗어나 열린 정치로 우리의 정치현실이 변화되는 것에 관심과 건전한 비판을 아끼지 않아야 하고 비록 쓰디쓴 비판이라고 해도 정치가는 이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가치를 지켜 나가고자 하는 진정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