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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SNS의 비극

‘군중심리’라는 말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고 그러한 상황을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군중심리’란 여러 사람들이 집단으로 모였을 때 그 속에서 개인적 특성은 소멸되고 불특정 다수의 의견에 쉽게 동질화되는 심리현상이다. 한 개인이 다수의 군중에 속하게 되면, 자신과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만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녔다는 위험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오늘날 온라인상에서 아주 빈번하게 일어난다.

최근 ‘김구라 막말 파문 사태’가 있었다. 방송인 김구라가 인터넷 방송 시절에 했던 발언이 SNS상에 확산되면서 네티즌들의 퇴출의견이 빗발쳤고, 그는 즉시 공개사과와 동시에 잠정은퇴를 선언했다. 물론 그의 발언은 잘못된 것이고 지탄을 받아 마땅하지만 그는 방송에서 자신의 과거 발언으로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 매번 진심으로 사죄를 구하고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상으로 확산된 ‘김구라 막말’ 소식을 접한 대중들은 더 이상 김구라의 ‘진실된 반성’ 따위는 보지 않고 그의 과거에 있어 잘못된 부분을 들추는 일만 반복했다.

또, 그 대상이 공인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까지 이르러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 몇 달 전 인터넷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뜨겁게 달군 ‘채선당 사건’을 비롯해 최근 ‘막말녀’, ‘버스무릎녀’ 사건 등이 그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람들은 순식간에 확산된 정보에 사건의 전말은 파악하지 않고 그저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여 비난을 퍼붓는다. 그러다 뒤늦게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잔인할 정도로 비난했던 대상을 하루아침에 동정의 눈빛으로 바라본다. ‘녀시즈리’가 생길정도로 하루가 멀다 하고 이와 비슷한 사건들이 밀물처럼 몰려나왔다가 순식간에 썰물이 되어 나가버린다.

오늘날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SNS의 발달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기회와 자유로움이 커지면서 유통되는 정보의 양은 점점 늘어나고 그 속도가 어마하게 빨라지고 있다. 일단 SNS에 올려 진 사건은 급속도로 퍼져서 시간을 두고 정보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보다는 다수 여론에 휩쓸려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동조한다. 개인의 자유로운 의견 공유가 가능해질수록 오히려 ‘개인’이 집단속으로 사라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제 더 이상 무비판적인 정보 수용과 무책임한 비방과 욕설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상처를 받고 파괴되어 버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또, 군중 뒤에 숨어 정체성을 상실하지 않고 주체의식을 가지고 사실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는 진정한 참여자가 되어야한다. 이 세상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다. 그 중 ‘득’을 취할지, ‘독’을 취할지의 선택은 우리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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