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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마법’은 누구에게나 신비로워야 한다

몇 달 전, 평소처럼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내 또래의 여학생이 “저기요, 혹시 그거 있으세요? 그거...”하며 얼버무렸다. 나는 ‘그것’이 뭔지 꽤 오래 생각하다가 우물쭈물하는 여학생의 얼굴을 보면서 아차 싶어 얼른 가방에 있던 생리대 3개를 내주었다.

“이렇게 많이 안 주셔도 되는데, 괜찮으세요?” 나도 같은 경험이 있기에 “괜찮아요.”라고 답하며 ‘괜찮으세요?’가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 보았다. 얼굴만 보고 내가 월경기간인지는 모를 것이고, ‘생리대 비싼데 이렇게 많이 주셔도 되냐’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여성은 초경이 시작된 이후로부터 임신을 한 시점을 제외하고 폐경까지 약 40년 동안 4백회 가량의 생리주기를 가지게 된다. 가임기 여성의 생리주기는 평균적으로 28일 간격이며 3~7일정도의 기간동안 지속된다. 7일간 생리를 한다고 했을 때, 하루에 5개의 생리대를 사용하더라도 여성은 평생 1만 4천개 가량의 생리대를 소비하게 된다.

평균적으로 3시간에 한 번씩 생리대를 교체해 주어야하지만 월경의 양이 많은 날은 생리대를 더 자주 교체해 주어야 한다. 또 생리의 양에 따라 다른 크기의 생리대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종류별로도 가격의 차이가 있다.

생리대는 2004년부터 부가가치세 제외 대상일 만큼 여성들에게 필수품이다. 그러나 한국여성민우회의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생리대 면세 효과를 여성들은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제조사마다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생리대 한 팩의 가격은 5천원~6천원이다. 필수품인 생리대 가격이 턱없이 비싸다는 지적은 2017년 현재까지도 나오고 있다. 주재료인 펄프나 부직포의 원가는 이전과 비슷하거나 낮아지는 추세임에도 완제품의 가격만 주야장천 오르고 있다.

한국의 생리대 시장은 연간 4천억 원 규모다. 시중에 나와 있는 생리대는 대부분 일부대기업의 독점 생산품이고 가격 인하의 조짐도 없다. 작년 한 대기업은 생리대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가 여성들의 비난과 반발을 사면서 급히 철회하기도 했다. 저소득층 가정의 소녀가 월경기간 동안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신발 깔창을 사용하며 견뎠다는 ‘깔창 생리대’ 사건이 있은 후였다.

월경은 여성의 신체에서만 일어나는 신비로운 일이라는 의미로 ‘마법’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한다.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하는 이 ‘마법’이 귀찮거나 숨겨야 하는 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예전에 비해 ‘생리’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 개선된 점은 고무적인 현상이나, 아직도 다른 나라에 비해 부족한 점이 있다. 생리대는 생필품으로서 사회적인 공감대를 충분히 갖고 있지만, 여전히 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 생리대는 기호품이 아니라 많은 여성들이 평생 사용해야 하는 필수품인 만큼 생리대의 품질과 가격 결정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규제 및 가격완화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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