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는 역시 눈이 와야 제맛이지요. 불혹을 넘긴 나이가 되어버렸지만 아직도 눈 내리는 날이면 콩닥거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강원도로 떠나는 여행길에는 그 마음이 유독 더해집니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기 전 일기예보도 꼼꼼히 챙겨보게 됩니다. 혹시 눈은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지요. 아마 여러분의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어릴 적 아침에 눈을 뜨고 현관문을 나섰을 때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고 있던 순백의 세상을 기억하시는지요. 지금도 그 알싸한 새벽공기와 새털처럼 나풀거리던 하얀 눈송이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 마음을 담아 여러분과 함께 강원도로 떠나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얀 솜이불을 덮고 있는 월정사의 모습이 참 편안하게 다가옵니다. 코끝을 스치는 바람은 매섭기만 한데 하얀 눈을 이고 앉은 사찰의 모습은 봄날처럼 포근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스님들이 생활하시는 요사체와 월정사의 부엌이랄 수 있는 공양채 대법륜전 지붕에 내려앉은 눈이 참 소담스러워 보입니다. 월정사에선 적광전 앞 팔각구층석탑(국보 48호)과 1km에 달하는 전나무 숲길도 놓치기 아까운 볼거리입니다.강원도 평창 오대산 자락에 자리한 상원사는 우리나라 5대 적
태종대는 오륙도와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암석으로 이뤄진 해안 명승지입니다. 해안을 따라 솟은 벼랑과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는 태종대는 청명한 날이면 멀리 대마도까지 한 눈에 볼 수 있어 예로부터 시인과 묵객들이 많이 찾았던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비단 시인과 묵객만이 아니었습니다.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신라 제29대 태종 무열왕도 이곳 해안의 절경에 심취해 한동안 머물며 활쏘기를 즐겼다 하니, 그 멋스러움에 대해선 더 이상 설명할 필요조차 없어 보입니다. 태종대라는 이름 역시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합니다.태종대유원지의 명소들을 둘러보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순환도로를 따라 걷는 것과 순환열차를 이용하는 것 그리고 유람선을 타고 해상일주를 하는 것입니다. 우선은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보다 꼼꼼히 둘러보기 위해서는 순환열차보다는 걷는 편이 좋겠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4.3km에 이르는 순환도로는 2006년 9월1일 이후 공원무료화와 함께 일반차량의 통행을 제한하고 있어 무척이나 호젓한 분위기입니다.걷는 게 부담스럽다면 순환열차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다누비’라 이름 붙여진 순환관광열차는 일정비용(어른 1천500원, 청소년 1천원,
백령도는 서해 최북단에 위치한 섬입니다.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을 타고 4시간 이상을 부지런히 달려가야 간신히 닿을 수 있는 먼 곳이지요. 그래도, 그 수고로움을 마다않고 백령도를 찾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순수함입니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외지인의 접근도 쉽지 않은 곳이니까요. 원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백령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백령도 최고의 비경은 역시 두무진입니다. 두무진의 제 멋을 즐기려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거대한 선대암을 시작으로 촛대바위, 코끼리바위 등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기암절벽이 줄줄이 연이어집니다. 말 그대로 장관의 연속입니다. 수백 마리의 가마우지가 살고 있는 형제바위를 지날 때는 힘겨운 날개 짓에 허덕대는 가마우지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운이 좋다면 수면 위로 슬그머니 고개를 내미는 물범과 눈인사를 나눌 수도 있으니 배가 선착장에 닿을 때까지는 절대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마시길. 백령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였던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유골을 모셔놓은 성당이 있습니다. 조금은 의외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천주교
경기도의 두 축인 안성과 화성은 닮은 듯 참 다른 풍광을 간직한 지역입니다. 뭐라 꼭 집어 얘기하긴 힘들지만 그 속으로 들어서면 머리보다 가슴으로 와 닿는 그 무엇이 무딘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그래서 안성과 화성을 아우르는 여행길은 그만큼 풍성할 수밖에 없습니다. 안성맞춤의 고장 안성에서 낙조가 아름다운 화성 궁평항까지, 짧지 않은 거리를 카메라 한 대 메고 떠나는 길이 지루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안성시 일죽면에 있는 서일농원은 우리네 전통 장맛을 지켜가는 공간입니다. 된장과 고추장 등 우리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류를 만드는 곳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멋스러운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특히 2천 여 개의 장독이 빼곡히 들어찬 장독대의 모습은 분명 장관입니다. 서일농원이 영화 ‘식객’의 촬영지로 낙점되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경기도 안성시의 남사당전수관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남사당놀이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곳입니다. 단원들 모두가 안성시립남사당바우덕이풍물단 소속이고 보니 연희자를 자원봉사자들로 구성하는 타 지역의 전통놀이보다 연희의 수준이 한결 높습니다. 남사당놀이는 고사굿을 필두로 줄타기, 살판, 버나놀이, 무동놀이, 상모
이제 제법 더위도 주춤하는 분위기입니다. 쏟아지던 불볕더위에 바다로 계곡으로만 향하던 발걸음도 조금은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터질듯 부풀어 오른 뭉게구름을 따라 무작정 달려와 닿은 곳이, 경북 안동이었습니다. 안동은 조선왕조 600년, 그 유구한 역사의 튼튼한 뿌리가 되어준 선비문화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지요. 최근 안동 하회마을은 경주의 양동마을과 함께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경북 안동에서 처음 가 볼만한 갈 곳은 풍천면 광덕리에 있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 ‘부용대’입니다. 하회마을의 서북쪽 강 건너편에 있는 부용대는 하회마을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이자 안동을 대표하는 유학자 서애 류성룡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지요. 서애는 정계에서 물러난 뒤 낙향해 이곳 부용대의 옥연정사에서 말년을 보냈습니다. 부용대에는 옥연정사 외에도 류성룡의 형인 겸암 류운용이 거했던 겸암정사도 남아 있습니다.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 집성촌으로 지금까지 1백30여 채의 고택이 보존돼 있어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마을로 꼽히는 곳입니다. 지난 99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2세가 방문하면서 한국 전통문화보존지로서의 명성이
도동항에 발을 딛고 둘러본 울릉도의 모습에 현기증이 납니다. 분명 뱃멀미 탓은 아닙니다. 바로 도동항 좌우에 당당한 모습으로 우뚝 솟은 망향봉(317m)과 행남봉(262m) 때문입니다. 깎아지른 듯 솟아 있는 두 봉우리는 한껏 목을 젖힌 뒤에야 그 모습을 온전히 시야에 담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독도전망대가 자리한 망향봉과 우리나라 최고(수령 2500년)의 향나무가 있는 행남봉은 이처럼 당당한 모습으로 여행객을 맞이합니다. 도동항이 위치한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도동리는 울릉도의 ‘명동’이라 불리는 곳입니다. 울릉군 인구의 70%가 이곳 도동리를 중심으로 모여 있고, 울릉군청과 독도박물관 그리고 대부분의 식당과 숙박시설도 이곳에 집중돼 있습니다. 그래서 울릉도 여행은 이곳 도동리에서 시작되고 또 끝이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독도전망대에 올라서면 도동항에서 성인봉 자락을 거쳐 저 멀리 행남등대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독도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여름보다 대기가 깨끗한 겨울에 더 잘 보인다고 합니다. 독도전망대에서 해질녘 바라보는 야경은 그야말로 일품입니다. 본격적인 오징어잡이가 시작되는 8월 이후에는 행남봉 뒤
운장산 자연휴양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장장 7km에 걸쳐 굽이쳐 흐르는 갈거계곡입니다. 때로는 거칠게, 또 때로는 순하게 돌아나가는 갈거계곡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한여름 무더위를 잊게 만듭니다. 또한 갈거계곡 곳곳에는 비경이라 이름 붙여진 많은 볼거리가 숨어있습니다. 이 비경들을 찾아보는 것도 이곳에선 놓칠 수 없는 재미입니다. 특히 산림문화휴양관 못 미쳐 마주하게 되는 마당바위의 모습은 가히 일품입니다.운장산 자연휴양림에선 입맛 따라 산책코스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가벼운 걸음을 원한다면 갈거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도 괜찮고, 땀이 밸 정도의 등산을 원한다면 산림문화휴양관에서 관리사무소로 이어지는 절재봉 완주코스도 권할 만합니다. 하지만 이곳 운장산 휴양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등산코스는 복두봉(1017m)을 거쳐 두봉산(1002m)이나 운장산(1125.9m)으로 넘어가는 코스입니다. 4~5시간이 걸리는 만만찮은 코스지만 한번쯤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운장산 휴양림에서 차를 몰아 5분 정도만 거슬러 나오면 천황사에 닿을 수 있습니다. 875년 신라 헌강왕 1년에 무염이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천황사는 그 세월만큼이나 고풍스러움을 간직하고
하루 해가 많이 길어졌습니다. 이즈음 밤에 여행을 떠나 보는 것 어떨까요. 야경이 아름다운 여행지 중 경주를 빼놓을 수는 없겠지요. 천년고도 경주, 그 화려한 밤을 즐길 준비는 되셨는지요. 경주로 떠나는 여행의 시작은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시작합니다. 찬란했던 신라 천년의 역사와 예술을 압축적이고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곳이지요. 성덕대왕신종을 포함해 화려한 금관과 불상 등 경주 곳곳에서 발굴된 3천여 점의 유물이 고고관, 미술관, 안압지관, 특별전시관, 야외전시장 등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익살맞은 모습의 신라시대 토우도 무척이나 인상적입니다. 경주에서 천마총을 빼놓을 수는 없겠지요. 천마총은 거대한 고분들이 모여 있는 대릉원 공원 안에 자리해 있습니다. 대릉원에는 천마총 외에도 미추왕릉, 황남대총 등 23기의 고분이 있는데, 이들 고분 중 천마총이 특히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곳에서 발굴된 천마도가 그려진 말다래와 금관 때문입니다.대릉원 일몰과 함께 경주의 밤은 시작됩니다. 오후 7시20분경이면 대릉원과 첨성대 그리고 계림과 월성은 물론 임해전지까지 경주의 야경 명소로 알려진 대부분의 지역에서 경관조명과 가로등이 불을 밝힙니다. 천년의 세월을 이어온 천
전남 신안 앞바다에 떠 있는 우이도는 모래의 섬입니다. 자그마한 섬 이곳저곳이 참 아름답지만 그 백미는 역시 돈목해수욕장 끄트머리에 자리한 모래산, 풍성사구입니다. 지금은 많은 부분이 소실돼 출입이 금지되어 있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 켠이 벅차옵니다. 자연의 위대함을 마주하면서, 너무도 작은 내 모습을 보아버렸기 때문이겠지요.우이도의 돈목해수욕장은 참 아늑합니다. 좌우로는 도리산과 소래산이 그리고 뒤로는 우이도의 최고봉인 상산봉이 떡하니 버티고 섰으며 잔잔히 밀려왔다 밀려가는 물결이 참 곱습니다. 살랑거리며 발끝에 와 닿는 파도가 어찌 그리도 여리고 부드러운지 마치 한적한 호숫가에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소의 귀를 닮은 섬, ‘우이도(牛耳島)’. 그 모습을 확인하고 싶다면 우이도 최고봉인 상산봉(358m)에 올라봐야 합니다. 돈목해수욕장을 사이에 두고 길게 흘러내린 도리산과 소래산의 모습이 정말이지 소의 귀를 닮았습니다. 하지만 상산봉 산행이 그리 녹록지 만은 않습니다. 아직 정식 탐방로가 만들어져 있지 않은 탓에 길의 흔적만 흐릿하게 남아 있을 뿐 별도의 안내판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한번쯤 도전해 봄직한 이유는 상산봉 정상에서 바라본 다
전남 보성은 차의 고장입니다. 보성읍에서 18번 국도를 따라 회천면 황성산 봇재를 넘으면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녹색의 차밭이 펼쳐집니다. 약 277.68㎡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차밭이 모여 있는 곳, 다향(茶香)의 고장 보성으로 떠나보시지요.드라마 의 촬영지였던 명봉역을 지나 18번 국도를 따라 조금만 더 가면 차창 너머로 언뜻언뜻 차밭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내 오늘의 목적지인 ‘대한다업 보성다원’을 알리는 이정표가 시선을 잡습니다. 보성다원 입구에서부터 차밭까지는 삼나무 숲이 길게 이어집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은 삼나무들이 참 매력적인 곳입니다. 삼나무 숲이 끝나는 곳에서 차밭이 시작됩니다. 사실 대한다업 보성다원의 차밭은 무척 유명한 곳이지요. 웬만한 사람이면 한번쯤 텔레비전을 통해 본적이 있을 정도로 CF나 드라마의 배경으로 많이 등장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직접 눈으로 보는 것에는 비할 바가 못 됩니다. 눈앞에 펼쳐진 푸른 차밭은 마치 거대한 산을 연상시킬 정도로 웅장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350ha에 이르고 차밭에는 모두 588만여 그루의 차나무가 심어져 있습니다.양력 4월 20일은 절기상 곡우입니다.
여수는 참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시리도록 푸른 바다가 있고, 그 바다를 가득 메운 보석 같은 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뭇 사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건 따로 있습니다. 그건 바로 영취산(439m)을 붉게 물들인 진달래의 화려한 유혹입니다. 바다와 섬이 어우러진 여수로 떠나는 여행에 화사함을 더하는 영취산 진달래. 그 고혹적인 자태에 맘껏 취해보는 것은 이 봄, 여수를 찾는 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면 특권이겠지요. 여수의 화려함, 그 중심에는 영취산 진달래가 있습니다. 잠자리 날개처럼 여린 진달래의 연분홍 꽃잎은 손을 대기에도 조심스러울 만큼 애틋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수는 돌산도를 포함해 아름다운 섬을 품고 있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흔히들 하나의 섬으로 알고 있는 거문도는 사실 동도, 서도 그리고 고도 등 세 개의 섬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거문항이 자리 잡은 고도는 동도와 서도 사이에 자리해 있습니다. 거문도의 세 섬 중 가장 작으면서도 삼산면의 행정중심지이자 거문도의 관문입니다. 고도와 서도 사이에는 삼호교라는 연도교가 놓여 있어서 배를 타지 않고도 쉽게 왕래할 수 있습니다. 거문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불탄봉에서 거문도 등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