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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찾아 떠나는 여행, 부산 태종대


태종대는 오륙도와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암석으로 이뤄진 해안 명승지입니다. 해안을 따라 솟은 벼랑과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는 태종대는 청명한 날이면 멀리 대마도까지 한 눈에 볼 수 있어 예로부터 시인과 묵객들이 많이 찾았던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비단 시인과 묵객만이 아니었습니다.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신라 제29대 태종 무열왕도 이곳 해안의 절경에 심취해 한동안 머물며 활쏘기를 즐겼다 하니, 그 멋스러움에 대해선 더 이상 설명할 필요조차 없어 보입니다. 태종대라는 이름 역시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합니다.

태종대유원지의 명소들을 둘러보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순환도로를 따라 걷는 것과 순환열차를 이용하는 것 그리고 유람선을 타고 해상일주를 하는 것입니다. 우선은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보다 꼼꼼히 둘러보기 위해서는 순환열차보다는 걷는 편이 좋겠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4.3km에 이르는 순환도로는 2006년 9월1일 이후 공원무료화와 함께 일반차량의 통행을 제한하고 있어 무척이나 호젓한 분위기입니다.

걷는 게 부담스럽다면 순환열차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다누비’라 이름 붙여진 순환관광열차는 일정비용(어른 1천500원, 청소년 1천원, 어린이 600원)을 지불하면 지정된 다섯 군데의 정류장에서 횟수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타고 내릴 수 있습니다.

두 자녀를 품고 있는 모자 상 뒤로 멋스러운 타원형의 전망대가 떡하니 버티고 섰습니다. 이곳이 바로 자살바위가 있던 곳입니다. 무시무시한 이름과 달리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조금은 역설적이지만 ‘죽음의 두려움을 잊게 할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간직한 곳’이라는 표현이 그리 틀린 말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전망대 밑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곳에서 17살의 저를 만납니다. 20여 년 전, 아마도 꼭 이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수학여행 때 찾은 태종대, 그중에서도 자살바위로 유명했던 이곳에서 전망대 뒤로 보이는 생도(주전자 섬)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 속에 제가 있습니다. 한 손을 들어 생도를 바치듯 찍은 사진에선 꼭 그 나이또래의 장난기가 묻어납니다.

걸음을 재촉해 100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영도등대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이곳이 바로 내 사진 속 두 번째 아니 진정한 의미에선 첫 번째 추억이 남아 있는 곳입니다. 1906년 처음 불을 밝힌 영도등대는 지난 2004년 8월 지금의 모습으로 단장하면서 갤러리와 도서관 해양영상관 자연사전시실 등 각종 문화시설은 갖춘 개방형 해양문화공간으로 그 모습을 달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 뒤로 옛 추억의 흔적을 찾아내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다시 30년이 지났을 때, 나는 또 어떤 모습으로 이곳을 추억하게 될까요. 무엇이 되었든 지금처럼 그리움으로 돌아볼 수 있는 그런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다시 태종대를 찾을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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