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이상의 빈 좌석엔 가방이 자리를 지키거나 책이 홀로 공부하고 있으며, 어떤 사람은 꾸벅꾸벅 졸고 있다. (내가) 빈 좌석에 앉아 있으면 오전 9시를 넘어 심하면 11시 가량되어 좌석권을 내보이며 당연한 권리인 양 눈짓을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어제의 열람실과 다를 바 없는 풍경이지만 35년 전, 그러니까 1986년 일이다. 시험 기간만 되면 만석이 되는 도서관에서 빈자리를 찾기란 예나 지금이나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1986년 4월 22일자 <계명대학보>에 실린 ‘작은 질서를 위한 나의 제언’이라는 기고문은 당시의 열람실 이용 실태와 이제는 볼 수 없는 생경한 모습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글은 개강 후 두 달간 분주하게 흘러간 시간을 돌아보며 도서관 열람실의 이용 실태를 지적한다. 글쓴이 양진흥(경제학·3) 씨는 취업난으로 인한 학생들의 불안감에서 야기된 불필요한 경쟁이 “덮어두기엔 고통스럽고 밝히기엔 민망한” 열람실 이용 실태와 맞닿아있다고 말했다. 당시 열람실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시설로 인해 학생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에 학교는 학생들이 열람실을 공평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좌석권’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
누군가 ‘인간은 무엇 때문에 무너지고 무엇으로 일어서는가?’라고 질문한다면 어떤 답변을 할지 생각해봤다. 나는 그 답이 ‘자존감’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들이 정신과를 찾는 원인은 우울이나 스트레스 때문이란 예상과 달리, 자존감이 떨어져서인 경우가 잦다. 내가 운영하는 상담센터도 예외는 아니라서 자존감이 떨어진 사람들이 자주 방문한다. 상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자존감 테스트를 해보면 내담자들 거의 다 낮은 점수를 보인다. 잠시 자존감에 대해 살펴보자. 자존감이란 자신에 대한 존엄성이 타인의 외적 인정이나 칭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 내부의 성숙된 사고와 가치에 의해 얻어지는 개인의 의식을 말한다. 달리 이야기하자면 자존감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인정하며 사랑하는 마음이며,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능력과 가치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태도이기도 하다. 자존감을 원만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오늘 성과를 내지 못하였더라도 내일은 해낼 것이라고 믿으며 스스로를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태도가 중요하다. 원하는 것을 주장하며,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결과를 즐길 줄 알아야 함은 물론이다. 결론적으로 자존감은 스스로의 존엄성이 타인의 외
지구온난화는 국제적으로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는 문제다. 일부 선진국을 중심으로 적정 기준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제정한 교토의정서가 1997년 채택된 후, 지난 2015년에는 195개국이 참여하여 “지구 온도상승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까지 제한하도록 노력”하기로 한 파리기후협약을 맺었다. 우리나라도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따라 2030년까지 예상배출량 대비 37%까지 감축하기로 했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는 농업과 식량 및 식품 산업이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25%를 차지한다고 보고했다.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육류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농업과 식량 및 식품 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인데, 그 중 절반은 육류, 특히 소고기 생산에서 나온다. 이처럼 육류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고기없는 월요일’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원래 ‘고기없는 월요일’은 2003년 미국 블룸버그 고등학교의 비만관리 프로그램으로 시작되었다가 비틀즈 그룹 멤버인 폴 매카트니가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회의(UNFCCC)에서 환경운동으로 제안하면서 전 세계로 확산되었고
얼마 전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국민 여론이 들끓고 있다. 주택 공급과 도시 개발 업무를 수행하는 공기업의 일부 직원이 업무상 습득한 정보를 이용하여 부당 이득을 취한 것이다. 참여연대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LH 직원과 배우자 등 10여 명은 지난 2018년 4월부터 작년 6월까지 광명·시흥 신도시 사업 지역에 100억 원대의 토지를 매입했다. 이번 폭로가 있고 나서 창릉, 왕숙, 과천 신도시와 대구 연호지구, 경산 대임지구 등지에서도 투기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러한 부동산 투기 사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9년 분당·일산 등 다섯 곳에서 200만호의 베드타운 건설 계획을 발표한 직후, 신도시 건설 예정지는 비리 공직자들의 투기장으로 둔갑했다. 동탄·위례 등 열두 곳에 신도시 계획이 발표된 2003년에도 마찬가지로 투기가 극성을 부렸다. 당시 정부는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여 300여 명에 달하는 투기 관련자를 구속했고, 그 중에는 공무원 27명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사태를 보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이 진부하게 들릴 만큼 유사한 사태가
최근 각 대학들이 2021학년도 입학·편입을 마무리했다. 입학식이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신·편입생들에게 대학생활은 그 자체로 설레고 두근거리는 일이다. 그러나 대학, 특히 지방대학들은 봄이 두려워진다는 다소 모순된 말을 들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경쟁률 저하 때문이다. 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당장 대구 경북에 있는 주변 대학들만 보아도 신입생 충원율이 그 어느 해에 비해 부진했다는 기사가 올라오고 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세간의 자조를 피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신입생 수는 대학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그 이유는 사립대 재정의 대부분이 재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는 구조인 것과 더불어, 3년마다 실시되는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가 국가장학금 및 학자금대출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에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이 예정돼 있다. 이번 진단(8월 발표 예정)에서는 학생 충원의 비중을 높여 대학의 자체적 인원 조정을 목표로 시행된다고 한다. 올해부터 학령인구보다 대학 정원이 적은 해가 되기 때문에, 이번 진단의 파장은 그 어느 해보다 클 것이다. 이 폭풍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 바로 지방대, 그중에서도 특히 지방 사립대가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 꼬박 두 달이다. 지난 2월 1일 군부는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아웅산 수치 고문을 구금하고, 1년 간의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군부는 의회를 해산했고, 언론을 통제했다. 핸드폰으로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을 차단했다. 시민들은 은행, 병원, 관공서 등에서 파업을 벌이고, 세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매일 거리로 나온다. 지금까지 미얀마 시민 500명 이상이 숨졌고, 2천500여 명이 체포됐다고 전해진다. ‘미얀마군의 날’이자 ‘저항의 날’인 지난 3월 27일 ‘시민 저항의 날’ 시위에서만 100명이 넘는 시민이 숨졌다. 군부는 부상자를 불구덩이에 내던지고, 장례식장에 급습해 총을 쏘기도 했다. 어린이의 사망 소식도 끊이지 않는다. 2021년의 미얀마에서 1980년 광주가 재현된 것이다. 처참한 유혈사태를 목격한 이후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미얀마 주민에 대한 혐오스러운 폭력을 규탄한다”라며 민주 정부가 복귀할 때까지 미얀마와의 교역 협정 이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도 “미얀마 보안군은 맹목적이고 치명적인 폭력의 새로운 단계에 도달했다”라며 유럽 등 국제사회 파트너들과 미얀마에
2021년 재보궐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전체 인구의 1/4에 해당하는 1천216만 명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엄청난 규모여서 사실상 2022년 대선의 전초전으로 여겨진다. 특히 서울과 부산은 여당 소속 지자체장이 나란히 성추행으로 물러나 공석이 된 상황이라, 수성하려는 여당과 탈환을 노리는 야당 사이의 각축전이 과열 양상을 보여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각각 ‘도쿄 아파트’와 ‘내곡동 땅’을 두고 부동산 투기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그러나 각자의 도덕성 검증과 불법행위 여부가 논쟁의 핵심이 된 사이, 정책과 비전 경쟁이 설 자리는 점차 협소해지고 있다. 두 후보 모두 부동산 민심 악화를 의식한 듯 너나 할 것 없이 ‘재개발’을 외치고 있고, 나란히 건축 규제를 완화할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후보 진영 간 공약에 뚜렷한 차이를 확인할 수 없고 상호 간의 비방만이 오가는 선거전의 최대 피해자는 물론 우리 국민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선거 풍경은 독재정권 종식으로 제도적 민주주의가 정착한 1990년대부터 꾸준히 지적돼왔다. ’92년 3월 24일자 <계명대신문>의 ‘
‘갱즈 오브 뉴욕(Gangs of New York)’은 1800년대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슬럼가였던 뉴욕의 Five Points라는 동네의 생활을 다룬 영화입니다. 평소 우리는 뉴욕이라고 하면 대체로 Fifth Avenue에 있는 명품관이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Empire State Building)과 같은 화려한 것들을 먼저 떠올립니다. 반면 뉴요커들은 슬럼가였던 파이브 포인트(Five points)라는 동네의 역사가 뉴욕을 대표한다고 얘기합니다. 그 이유는 1세대 이민자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 자녀들을 중산층으로 편입시키려고 했던 파이브 포인트에서의 서바이버 정신의 DNA를 물려받은 사람들이 바로 뉴요커이고, 진정한 뉴욕의 모습이라는 겁니다. 이 영화는 수많은 이민자가 성공을 꿈꾸며 찾은 미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했던 토착민들과 아일랜드 이주민들의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주 갈등은 빌 더 버처(Bill the butcher)라는 별명을 가진 윌리엄 커팅이라는 사람이 이끄는 반 아일랜드 정서를 가진 잉글리시 갱단과 데드 레빗(Dead Rabbits)이라고 하는 아일랜드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갱단 사이의 싸움입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소설 제목을 패러디해 여러분께 던진다. 코로나19와 더불어 살기 시작한 지난 1년이 지나고 새롭게 맞이한 신학기에 이렇게 묻는 것이 뜬금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 번씩 세상을 약간만 삐딱하게 바라보면 이제까지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세계가 보이진 않을까? 노자의 도경 1장에 道可道 非常道라는 문구가 있다. “도가 말해질 수 있으면 진정한 도가 아니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우리 주위에는 참 많은 사람이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정치가, 기업가, 의료인, 학자들은 마치 자신만이 이 나라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 주장하고 반 시민도 삶의 모든 영역에서 자신이 마치 전문가인 양 주장하면서 다른 이의 견해를 무시하곤 한다. 고용인은 자신이 부리는 사람이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이유에서 근로자를 선호하고, 피고용인은 노동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다는 의미로 노동자를 선호한다. 같은 사람인데 마치 다른 사람인 양 근로자와 노동자를 외친다. 자신의 관점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바라보면서. 존재 자체가 의문시되기도 하는 노자가 우리 시대에 나타난다면 앞서 주장하는 사람들이 도를 따르고 있다고 인정할
나는 종교가 없다. 아니, 더욱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초월적인 존재와 구원에 대한 믿음이 없다. 우리를 천국으로 인도할 구원자를 희구하기엔 내 삶이 너무나 짧고, 그 구원자의 마음에 들고자 허위의 신심을 드높이기엔 내 양심이 그렇게까지 보잘것없지 않아서다. 그래도 만에 하나 구원자가 실존하고 내세에 천국과 지옥의 구분이 있다면, 나는 불신의 대가로 지옥에 떨어질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살아남을 궁리를 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심판의 날이 오면 불신자인 나는 아마 지옥으로 떨어지겠지, 대구에 살면서 다져진 더위 내성이 이렇게 빛을 발하다니, 아니 그것보다 그 작열하는 불구덩이에는 단체협약도 없이 24시간 쉬지 않고 일하는 뿔 달린 악마가 기거한다던데, 훈련소 조교만큼 무서울까? 하는 시답잖은 생각이나 하면서. 물론 사탄은 그보다 훨씬 무섭고 사악한 존재겠지만, 그 스테레오 타입으로 훈련소 조교밖에 떠올리지 못한 것은 신의 피조물에 불과한 나의 빈약한 상상력 탓이겠다. 최근 북구 대현동에 건축 중이던 이슬람 사원의 공사가 중단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사원은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출신 무슬림 6명과 한국인 1명 등 건축주 7명이 지난해 12월부터 착
‘등록금 인상’이 화제가 되는 시대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현재 심의가 완료된 대학 134곳 중 133곳이 등록금 동결 혹은 인하를 결정했다. 134곳 중 인상을 결정한 대학이 1곳에 불과한 것인데, 등록금을 인상하면 국가장학금 및 재정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을 받는 상황에서 이뤄진 인상이라 이목을 끈다. 이 대학은 입학금 인하에 따른 수입 감소와 학생 정원 감소 등을 고려해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이 줄어든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10여 년 전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의 주도로 시작된 ‘반값 등록금’ 운동이 일부 성과를 거두면서, 정부가 등록금 인상률을 국가장학금 및 재정지원사업과 연계시킴에 따라 동결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조치에도 한국의 대학 등록금 순위는 미국, 호주, 일본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아 그 부담이 가볍다고는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국가장학금도, 정부가 주선하는 대출도 없던 시대의 등록금은 대학생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당시 등록금 협상은 차라리 ‘전쟁’에 가까웠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대학이 ‘상아탑’이 아니라 ‘우골탑(牛骨塔, 소를 팔아 세운 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