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가수 태진아와 비의 콜라보레이션 공연이 관심을 끌었다. 1월 24일 ‘비진아’는 뮤직뱅크(KBS2)에 출연해서 비의 ‘라송’을 불렀다. 비는 수트 차림으로 등장했고, 태진아는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무대에 등장했다. 두 사람은 칼군무를 통한 호흡을 만들어냄으로써 기대 이상의 호응을 이끌었다. 이후 태진아는 박명수와의 트로트 콜라보 공연을 했고, 아이돌 그룹 ‘엑소’에게도 콜라보를 제안할 정도로, 나름 자신의 새로운 전략으로 삼은 것처럼 보인다.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은 원래 함께 힘을 합쳐서 일한다는 의미의 ‘협업’이나 ‘협력’을 뜻하는 말이다. 예술 영역에서 공동작업을 일컫는 용어로 사용되었으며, 근래 들어 마케팅 차원에서 다양한 상품의 판매전략에서 서로 다른 제품이나 브랜드 등 이미지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제품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을 일컫는 것으로 자주 사용된다. 아울러 요즘 유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서로 다른 개성의 참가자들이 서로 팀을 이루어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고 평가하는 방식에서도 ‘콜라보레이션’이 언급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콜라보레이션은 상호 보완을 목적으로 하는 측면에서 출발했다. 즉 비슷한 영역이나 분야에서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호 보완이라는 일차적 목적을 넘어 전혀 다른 영역이나 제품들이 만나서 융합을 통한 창조의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스웨덴의 대표적인 SPA브랜드H&M과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마르니(MARNI)의 만남을 들 수 있다. 두 브랜드는 패션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대중성과 명품의 상호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방식으로 결합함으로써, 전혀 다른 감성의 만남에서 새로운 느낌의 콜라보레이션(MARNI for H&M)으로 소비자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아울러 렉서스(Lexus)는 마크 레빈슨(Mark Levinson)과 손잡고 최상의 새로운 오디오 시스템을 선보임으로써, 전문가들로부터 마치 집의 거실에서 음악을 듣는 것과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후자의 경우에는 주로 상품 마케팅 차원에서 상업 브랜드와 예술가들이 만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주로 이러한 작업을 ‘콜라보 워크’라고 부르는데, 가장 흔한 경우는 패션업계에서 예술가들과 공동 작업을 하는 형태이다. 동시대 작가 중 가장 비싼 작품을 만드는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는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Levi’s)’와 함께 작업해서 ‘데미안 허스트X리바이스’라인을 선보였다.그의 대표적 이미지인 해골문양이 재해석된 티셔츠는 한정판으로 제작해 희소성과 소장가치를 추가했다.이러한 작업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예술을 입고 다닌다’는 인식을 갖게 함으로써 마케팅의 새로운 차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명품으로 분류되는 루이비통은 브랜드 특유의 모노그램 패턴에 일본의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의 밝은 컬러와 통통 튀는 캐릭터를 삽입함으로써 새로운 감각의 이미지를 전달했다. 그 외에도 백팩으로 유명한 ‘인케이스’는 앤디 워홀의 작품을 휴대전화 케이스와 노트북 가방, 백팩 등에 담아내는 협업을 시도해왔다. 앤디 워홀은 팝아트의 선구자로서 대중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서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그 밖에 예술가와의 직접적인 콜라보 워크는 아니지만, 나이키(Nike)와 아이팟 나노(iPod Nano)의 콜라보레이션은 기능적 결합을 성공적으로 이룬 사례이다. 나이키 운동화 중 플러스(+)시리즈를 신고 아이팟 나노를 사용하게 되면, 송신기와 수신기를 장착해서 운동 시간이나 거리, 칼로리 소모량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운동이 끝나고 나면 데이터는 웹사이트에 저장되어 일정기간 동안 자신의 운동량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운동을 관리하는 개인 트레이너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 브랜드 유니클로의 경우에는 대중문화 아이콘과 콜라보레이션을 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관심을 끌었다. 유니클로 제품에는 일본 만화영화 <나루토>, <원피스>, <드래곤볼> 등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때 주로 브랜드 마케팅의 방식은 한정판과 같은 희소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는 구매 수량이 제한적이라는 점과 무엇보다 단순한 상품을 넘어 동시대 유명 예술가의 작품을 통해 제품을 소비한다는 차원에서 소비자의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측면이 있다. 기업 차원에서는 브랜드 고유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가격으로 환산되는 상품이 가진 자본의 성격에 예술의 가치를 담아낸다. 상품 소비가 돈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가치를 이 과정에서 기업과 예술가는 사회적 관심사와 인지도의 측면에서 이익을 얻게 된다.
콜라보 워크는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국내 미술 작가들의 작품이 패션 및 생활용품에 접목됨으로써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올리브앤코’는 패션, 생활용품, 문구류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사석원·고영훈·김환기 등 국내 유명 순수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제품에 담아낸다. 이러한 작업은 세계시장을 전제로 해서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해외에 소개하는 역할도 맡겠다는 것으로써, 한편으로는 민족주의적 정서를 품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이상봉 디자이너의 경우에는 전자제품이나 가구, 아파트 인테리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콜라보 워크를 시도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오늘날 콜라보레이션은 가장 중요한 트렌드가 되었다. 무엇보다 예술과 상품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20세기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예술은 나름의 고유한 영역을 갖고 있는 것으로서 상업적 목적으로 제작된 상품과는 구별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디자인 개념이 예술의 측면보다는 상품이나 제품 분야에서 더 활발하게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예술 작업 또한 새롭게 규정될 수밖에 없었다. 아울러 일상에서 필요한 실용 예술의 확장은 사회적 분위기를 더욱 대중 친화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이미 폭발적으로 늘어난 다양한 상품의 시장의 한계에서 새로운 돌파구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기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미학의 차원에서 상품의 가치와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미 상품은 필요의 요구에 따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 그 자체로서 새로운 욕망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콜라보레이션은 단일한 가치와 목적을 거부한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화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콜라보레이션은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새로운 일을 꾸미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것은 무대에 함께 선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 같은 무대에 설지라도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함께 노래를 부른다고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각자의 파트가 적절하게 섞여서 새로운 효과를 창출할 때 비로소 성공적인 콜라보 워크가 가능한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수많은 지식과 정보, 사람이 널려 있으며, 동시에 누구나 접속할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무작정 접속해서 획득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과 정보, 사람을 어떻게 발견하고 접속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때 필요한 것은 내가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결국 콜라보레이션과 같은 공동작업이나 협업의 방식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가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가 스스로 자신만의 그림과 가치 원칙을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