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여름은 19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인명 피해도 새로운 기록을 남길 것이 확실시된다. 이제 더위는 단지 여름을 나기에 불편을 주는 단계를 훌쩍 뛰어 넘어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일 최고기온이 33℃를 넘는 날을 폭염일이라고 부르는데, 33℃라는 기온은 인간의 피부온도보다도 높은 것이어서 인간의 몸속에서 발생한 폐열이 피부를 통해서 배출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서는 기준에 해당하는 값이다. 이제는 이런 수준의 폭염이 일상화되고 있고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장래에는 지금보다도 일층 더 심각한 더위가 일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은 21세기에 인류가 극복해야할 4대 과제로 테러, 식량부족, 양극화, 기후변화를 지적한 바 있다. 이 중에서도 기후변화문제는 프란치스코 교황도 언급하고 있듯이 인류의 지속적인 삶을 지키기 위하여 반드시 해결해야할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기후학자들은 기후변화가 가져올 다양한 자연재해 중에서 인체건강에 가장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이 폭염이라고 경고하고 있는데, 폭염은 이미 지구촌에서 가장 혹독한 자연재해로 자리 잡고 있다. 인도에서는 본격적인 여름 우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4~6월에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데 기온이 50℃에 달하는 사례도 자주 나타나고 있다. 이런 폭염으로 지난 20년 동안에 확인된 사망자 수만도 5,000명이 넘는다. 특히 폭염이 가장 심각했던 2003년에만 3,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 그 해 유럽에서도 35,000명 이상이 폭염으로 사망했는데,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약 15,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2010년 여름에도 동유럽과 러시아에서 폭염이 발생하여 56,000명 이상이 사망하였다. 일본에서도 폭염으로 인해 매년 수백 명의 사망자가 나오고 있는데, 특히 2010년에는 1,700명 이상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4년 더위로 서울에서만 고온으로 약 900명이 사망하였고, 2012년과 2013년의 폭염에도 1994년에 버금가는 인명피해가 발생하였다. 금년에는 공식 통계가 집계되지 못한 상황이지만, 금년의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과거의 기록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1988년 LA폭염사건 이래 대규모 인명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인명피해 규모는 태풍의 10배 이상에 해당하는데, 태풍이나 홍수와 달리 조용한 가운데 다수의 인명을 앗아가는 폭염을 미국에서는 조용한 살인자라고 부르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폭염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국내외 전문기관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기상·기후학자들과 예방의학자들은 인체의 고온반응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폭염의 수치정보와 그것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의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 시카고에서는 1995년에 폭염으로 약 750명의 인명을 잃었다. 그런데 비슷한 수준의 폭염이 닥친 1999년에는 효과적인 폭염정보 제공 체제를 갖추고 가이드라인에 따른 적절한 시민 활동 규제로 시카고는 인명피해를 1995년의 1/6이하로 줄일 수 있었다. 도시면적의 약 25%는 아스팔트도로인데, 이 도로의 고온화가 폭염을 더욱 가중시킨다. 그래서 아스팔트 도로에 특수도료를 칠하여 햇빛이 지표에 흡수되는 양을 대폭 줄여 도로온도를 천연의 토양수준으로 낮추는 기술이 개발되어 적용되고 있다. 또 아스팔트 도로가 물을 흠뻑 머금을 수 있도록 하여, 그 물을 증발시켜 도로온도를 낮추는 기술개발도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하였고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이런 기술이 도입된 도로의 여름철 낮의 표면온도는 일반 아스팔트 도로보다 20℃ 이상 낮다. 이러한 기술이 도입된 도로는 일몰 후 1~2시간 후면 기온보다 온도가 더 낮아져서 야간 기온을 낮추는 역할을 하여 열대야를 줄이는 데에 기여한다. 동경은 2020년 동경올림픽을 위해 2015년 기준으로 약 170만 평방미터의 도로에 이들 기술을 도입하였으며, 지속적으로 확대해 갈 것이라고 한다. 옥상에 밝은 색의 방수시설을 하여 건축물의 온도를 낮추는 기술은 미국의 도시열섬 억제의 중점 대책이 되고 있다. 땀을 효과적으로 증발시켜 피부온도를 낮추는 쿨 섬유기술도 상업화되고 있다. 이외에도 폭염을 이겨내기 위한 산업기술이 다방면에서 발전하고 있다.
기상청의 기후변화전망에 의하면 금세기 중·후반이 되면 대구의 여름철 기온은 지금보다 4~5℃나 높아져서 폭염경보 수준을 훌쩍 넘어서는 날이 일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용한 살인자가 우리들 문 앞에 다가와 있는 셈이다.
폭염으로부터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일은 전문가와 관에만 미루어서는 안 되며 시민들이 함께 하여야 한다. 그래서 대구에서는 ‘시민과 함께 하는 대구 국제폭염대응포럼’을 대구시의 재정지원 없이 민간의 힘만으로 금년 8월 19-20일에 걸쳐 개최하였으며, 앞으로 연례행사로 이어갈 예정이다. 이 포럼은 시민의 눈높이에서 폭염연구의 성과를 소개하고, 체험하게 돕고 시민들로부터 현장의 요구를 파악하는 선순환 구조를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내 최고인 대구의 폭염은 방치하면 재앙으로 다가오겠지만, 폭염대응기술개발 선도에 활용하면 자연이 준 선물로 활용할 수 있다. 조용한 살인자 대구의 폭염, 어떻게 해야 할까? 대구시와 시민들의 선택에 달린 시급한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