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는 서바이벌 오디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앞 다투어 방송했으며 그 대상은 가수는 물론 탤런트, 아나운서, 오페라, 피겨선수, 락밴드, 다이어트 등 그 영역을 확장시켰다. 19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대학가요제’는 참신한 기획으로 대중들에게 큰 관심을 모았던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2000년 이후, 꿈을 향한 일반인들의 도전과 감동을 만들고자 했던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는 SBS<초특급 일요일만세-박진영의 영재 육성 프로젝트‘99%의 도전’>, MBC<목포달성 토요일-악동클럽>, KBS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은 제작자 뿐 만 아니라 시청자들과 참가자들의 욕구들이 충족되면서 서로 상승효과를 만든다. 이 욕구들의 충족의 정도가 클수록 소위 대박 프로그램이 될 수 있으며 그렇지 못하면 시청률에서 소외된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은 리얼리티프로그램의 하위 장르이다. 서바이벌 형식의 오디션을 목적으로 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것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가지는 특징 중에서 출연자의 일상속의 모습을 그대로 전달한다는 점은 출연자와의 감정적 동질감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 특히 출연자들의 고백적 인터뷰는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와 출연자의 감정적 교감을 보다 밀접하게 느낄 수 있는 장치로 자리를 잡았다. 시청자들은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 보고 싶어 하는 심리와 다른 사람을 통해 대리만족을 누리고자하는 심리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높은 시청률을 보인 프로그램들은 이 점을 잘 이용하고 있다. <슈퍼스타 K> 시즌1의 우승자인 서인국은 환경미화원의 어머니와 함께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자랐으며, 시즌2의 허각은 중학교 졸업의 환풍기 수리공으로 아르바이트로 노래하며 꿈을 키워왔고, <위대한 탄생>의 백청강은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조선족으로 초반의 탈락 위기를 극복하고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과거 대학 가요제는 유일한 신인가수 등용문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스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대학가요제는 유명무실해지고 기획사 중심의 오디션으로 그 기능이 집중되었다. 나이는 어리고 탁월한 외모만 환영받는 아이돌 위주의 기획사 오디션은 일반 가수 지망생들에게 허탈함과 상처만 줄 뿐이었다. 그러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들을 환영했다. ‘1세부터 99세까지’라는 <슈퍼스타 K>의 문구는 특별하지 않아도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는 색각과 더불어 내가 승리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게 했다.
심지어 <슈퍼스타 K> 시즌3에서는 임산부까지 참가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급격히 늘어난 오디션 프로그램은 누구나 한번쯤 참가해서 1등의 주인공이 되기를 꿈꿔보게 한다. 여기에는 대중들의 신분상승에 대한 욕구가 존재한다. 그리고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상금의 특전은 대단한 매력임에 틀림이 없다. 상금 100만 불(약 12억)시대가 열린 이상 이것은 로또 보다 더한 인생 역전 프로그램인 것이다. 근 몇 년간 비정상적으로 성장해 온 대학 내 실용음악과 실용음악학원들의 수 적 증가는 가수가 되고자 하는 이들이 매년 증가 해오고 있음을 증명한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의 매 시즌별 증가추세에는 이런 국내만의 특수한 배경이 존재한다.
이제 더 이상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단지 방송국의 일방적인 제작 프로그램이 아니다. 과연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이 만드는 현상들은 어떤 것이며 그것이 우리에게 미친 영향은 무엇이 있을까?’하는 점은 이 시점에서 중요하게 논의 되어야 할 부분이다.
1)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긍정적 기능
첫째,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대중평가단 시대를 열었다. 수동적 입장에서 제작된 프로그램을 시청하는데 그쳤던 대중들은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참가자의 생사여부를 결정하는 결정권을 부여받게 된 것이다.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가수 지망생들 뿐 만 아니라 베테랑 가수들조차도 대중들의 평가에 대한 긴장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청중 평가단의 뜻을 거슬렀던 <나는 가수다>는 결국 방송 잠정 중단을 겪어야 했다. 생방송으로 전환되는 시점부터 대중들의 힘은 발휘된다. 100% 시청자 투표로 이루어지는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과 달리 심사위원의 전문성에도 힘을 실어준다는 것이 국내 프로그램들의 차이점이다.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성공에는 SNS의 역할이 컸음을 전문가들은 인정한다. 이용자들은 SNS를 통해 인맥을 새롭게 쌓거나, 기존 인맥과의 관계를 강화시킨다.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늘어나면서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를 맺고, 친분관계를 유지시키는 SNS 서비스는 점점 발달하고 있다. 이런 인적 네트워크 시스템을 통해 참가자와 시청자들 간의 쌍방향 소통을 원활히 했으며 시청자들 사이에서의 ‘스노우 볼 현상’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런 미디어 이용 환경의 변화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놀이이자 게임으로 활용될 수 있는 원인이 되었다.
둘째, 무엇보다도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생산적 기능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신인 발굴의 새로운 출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아이돌 중심의 기획사 오디션에서 전 국민 오디션으로 참가대상을 확장시킴으로써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기회의 영역을 확장 시켰다. 과거 국내의 방송국 주최 대학가요제들은 오랜 기간 굳건하게 신인가수의 등용문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으나 그 기능을 상실한 지금 유명무실의 행사 성 방송으로 전락했다.
2)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역기능
첫째,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지나친 상업주의적 측면이다. ‘저비용, 고시청률’이란 시장주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 장르의 계발을 통해 발전된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현재 방송사들의 상업적 이익을 우한 관심의 중심에 있음은 틀림없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동안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려는 음료들의 간접광고 PPL(products in placement)은 상업주의 방송의 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심사위원들의 테이블 위에는 언제나 PPL 음료들이 놓여있으며 언제나 자연스럽게 마시는 모습들이 포착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PPL은 브랜드 인지도를 20% 증가시킨다고 한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은 PPL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다. 지상파 3사는 광고수익과 음원, 모바일 투표에 대한 수익까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지금까지와는 다른 다양한 수익구조에 눈독들이며 순식간에 프로그램을 서바이벌 오디션 일색으로 만들어버렸다.
둘째, 사생활 침해와 시청률의 도구로 사용되는 개개인의 인격모독문제이다. 이들 프로그램들은 음악의 진정성보다는 음악을 시청률의 도구로 삼았으며 개개인의 아픔에 대한 배려보다는 아픔을 이용하여 감동을 증폭시켰다. 거대 방송국의 집단 상업적 이기주의는 참가자들의 꿈을 담보로 참가자 개인 하나하나들의 인생역경 스토리를 수단화 하여 그들의 주머니를 불렸다.
셋째, 음악의 도구화 현상을 들 수 있다. 시청률의 노예가 된 방송사들은 이미 대세가 되어버린 리얼리트 프로그램 중에서 서바이벌 오디션이라는 형식을 빌린 프로그램의 제작 안에 음악만큼 감정적 교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소재가 없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스토리가 지배하는 음악프로그램에서 음악은 감정적 교감을 위한 도구일 뿐이며 음악 자체를 듣게 하는 것보단 누가 떨어졌나를 더 궁금하게 만든다. 스토리가 지배하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음악을 편안한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음악은 마음으로 느끼고 즐기는 것이다. 물론 가창력 또한 중요한 요소 일 수 있지만 음악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이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분명한 한계이다.
넷째, 지나친 승자 독식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은 도전보다는 경쟁이 우선되는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 도전의 아름다운 보다는 경쟁의 냉혹한 현실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상금 분배 구조는 일등에게만 집중되어 있다. 상금이 최고 100만 불까지 올랐지만 이 모든 것은 1등만이 취할 수 있다. 이것은 뛰어난 2등마저도 패배자로 만드는 우리 사회의 모순된 모습을 단 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승자 독식구조를 조장하고 있다.
다섯째,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과잉경쟁은 ‘히트상품 따라 하기’현상을 초래하며 곧 ‘오디션 피로감’으로 돌아온다. 실제로 방송프로그램에서 ‘히트상품 따라 하기’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독창성의 구축에 있다. 창조적 견해를 통한 자기고유의 능력과 개성에 의거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만이 프로그램의 성공과 실패가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또 하나의 문제는 이들 프로그램의 과잉생산 현상이다. 이미 방송의 한 대세로 자리 잡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공금과잉은 이들 프로그램에 대한 가치하락현상을 초래할 것이며 곧 ‘오디션 피로감’으로 돌아올 것이다. 현재 방송사들은 앞 다투어 시청률과 수익성이 보장된 오디션 프로그램을 양산하고 있다. 하지만 독창성 없는 똑같은 패턴의 제작은 천편일률적인 이야기를 낳을 것이며 평범한 일반인들의 ‘성공스토리’는 흔한 이야깃거리로 전락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까지 신인발굴과 지원이라는 가치를 표방하고 있는 오디션 서바이벌 리얼리티 쇼를 분석해 보았다. 서바이벌 오디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이미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많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은 분명 기존의 음원시장의 지형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음악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디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자 하는 많은 가수 지망생들은 그들의 꿈을 이뤄줄 보장된 프로그램을 원한다. 과도한 상금 경쟁이나 편집적 왜곡이 이들이 꿈을 향한 길에 놓인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들은 TV로 보는 세상을 통해 꿈을 꾸고 희망을 갖는다. 이것이 TV라는 매체가 공공적 책임을 가져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박경옥 석사학위논문
요약·정리: 김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