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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10분위라고요?" 국가장학금 못 받는 학생들

2012년 시행된 국가장학금
반값등록금 운동으로 도입됐지만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은 여전해
올해 국가장학금 예산 3.6조 원
사립대 ‘반값’ 비중은 32.1%에 불과

 

들쑥날쑥 소득분위

분위에 따라 최대 460만 원까지 차이

보건복지부 자료로 소득분위 산정

재산정 신청 4년간 10만 건에 달해 

“고등교육 공공성 높여야” 지적

 

우리학교 재학생 A씨의 아버지는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요양원 인수 과정에서 사기를 당해 거액의 빚을 떠안게 되었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진 A씨는 국가장학금을 신청했지만 소득분위가 10분위로 산정된 탓에 장학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한국장학재단이 아버지 명의의 요양원과 응급차 두 대를 근거로 A씨의 소득분위를 분류했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은행 대출을 받아 등록금을 납부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소득분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했다”라며 “국가장학금이 개인의 형편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2011년을 휩쓴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 운동이 어느덧 10주년을 맞았다. 대학생들은 최대 1천만 원에 육박하는 등록금 액수에 반발하며 “조건없는 반값등록금 실현”을 구호로 내걸고 거리로 나섰다. 반값등록금 운동은 많은 대학생과 시민들의 호응을 얻으며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정부가 끝내 반값등록금 도입을 거부하면서, 운동은 ‘절반의 성과’를 거두고 마무리됐다. 정부는 반값등록금을 대신하여 국가 차원의 학자금 대출과 장학금 제도를 2012년부터 시행하고, 지난 2015년에는 ‘반값등록금이 실현됐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가장학금을 둘러싼 학생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국가장학금 문제의 핵심에는 소득분위 산정을 둘러싼 논란이 자리하고 있다. 

 

●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 정도는 

그간 우리나라의 대학 등록금 정책은 ‘수익자부담원칙’을 견지해 왔다. 대신에 정부는 대학 등록금 액수와 인상폭을 규제해왔는데, 이조차 1989년 사립대학에 대한 등록금 자율화 조치가 시행되면서 사라졌다. 이후 사립대학 등록금은 매년 가파르게 치솟아 1993년에는 평균 16.8% 인상률을 보였다. 뒤이어 지난 2003년에는 국공립대 등록금도 사립대와 마찬가지로 자율화되면서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의 물가상승률은 3~4%대에 그친 반면, 등록금 상승률은 평균 6%대를 기록하며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이에 정부는 물가와 등록금 인상률을 연동시키는 등록금 상한제를 2010년부터 시행하고 있으나,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가 발표한 ‘2020학년도 대학별·계열별 등록금’ 조사에 따르면 사립대학 등록금의 전체 평균은 717만원, 국공립대는 408만 원으로 나타났다. B씨는 “등록금이 10년 넘게 동결되고 있지만 학생들이 부담하기에 결코 적은 액수는 아니다”라며 “자취방 월세와 생활비를 포함하면 부담은 더 커진다”라고 말했다.

 

우리학교는 지난 2009학년도부터 등록금을 동결해왔다. 하지만 몇몇 계열에서는 다른 대학들보다 등록금 부담이 다소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2021학년도 우리학교의 1년(2학기) 평균 등록금 액수는 718만 원으로 전국 사립대학 평균에 가깝지만 계열별로 살펴보면 ▶인문사회계열 598만 원 ▶자연과학계열 782만 원 ▶공학계열 820만 원 ▶예체능계열 855만 원 ▶의학계열 985만 원으로 나타났는데, 인문사회계열과 의학계열은 전국 사립대학 평균보다 각각 30만 원, 15만 원 가량 낮았으나 나머지 계열들은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 10명 중 3명만 반값등록금

국가장학금에 투입되는 예산 규모를 살펴보면, 도입 첫해인 2012년에는 1조 7억5천만 원이었던 장학금 예산은 매년 상승하여 2015년 3조 6천억 원까지 증가했고, 올해에는 3조 9천억 원에 이른다. 한국장학재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학기를 기준으로 국가장학금 수혜를 받은 학생은 115만 명으로 추산된다. 연도별 수혜 학생 비율을 살펴보면 매 학년도 1학기를 기준으로 2012년 35.7%, 2014년 42.4%로 늘어났고, 이후로는 42%대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학생 1인당 수혜율을 살펴보면 2012년부터 2017년 사이에 국공립대학 재학생 중 5분위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등록금의 절반 이상을 지급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한정할 경우 ‘반값등록금이 실현됐다’는 정부의 발표는 일정 부분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범주를 사립대학으로 좁힌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국은 전체 대학 중 사립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육박한다. 지난 2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1년 맞춤형 국가장학금 운영 계획’에 따르면 사립대 평균 등록금 절반(368만 원) 이상의 국가장학금을 받은 학생의 비율은 2020년 기준 32.1%에 불과했다. 국가장학금 제도 도입 이후에도 등록금 부담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은 이유가 여기서 비롯된다.

 

● 소득분위가 뭐길래

국가장학금은 소득분위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된다. 한국장학재단은 지난 2015년부터 보건복지부의 사회보장시스템 자료를 토대로 중위소득을 판별하고 그에 따라 소득분위를 나누고 있다. 국가장학금 I유형을 기준으로 1~3분위의 경우 학기당 최대 260만 원, 연간 최대 520만 원까지 국가장학금 지원을 받게 된다. 그러나 4분위부터는 지원금액이 연간 390만원으로 떨어지고 8분위는 학기당 33만 원까지만 지원받을 수 있다.

 

문제는 현행 소득분위 산정 방식이 학생들의 경제적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자신의 소득분위가 잘못 산정됐다며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에서 제공한 ‘2016-2019년 국가장학금 소득분위 산정 최신화 신청 현황’에 따르면 4년 간 소득분위 재산정 신청 건수는 10만8천 건에 이르며, 이 중 6만 9천여 건의 소득분위가 재산정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한국장학재단은 “국가장학금 신청자들이 너무 많다 보니 통일된 기준으로 심사할 수밖에 없다. 개인마다 다른 사정을 고려하려면 학생들이 직접 최신화 신청을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국가장학금 신청자가 자신의 소득분위가 잘못 산정되었음을 증명하지 않는 이상 이를 사전에 바로잡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소득분위 선정 과정에 오류가 잇따르자 지난 2018년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꼼꼼한 제도 설계를 통해 꼭 필요한 대학생에게 적정한 장학금을 지급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 고등교육 국가 책임 확대해야

“대학생에 대한 학자금 지원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함으로써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누구나 의지와 능력에 따라 고등교육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장학재단 설립 등에 관한 법률 제1조의 내용이다. 그러나 현행 국가장학금 제도는 한국장학재단의 설립 취지와 달리 여러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등교육의 국가 책임 강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사립대학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고등교육체계에서는 정부가 등록금 부담을 ‘경감’시키는 차원을 넘어 대학의 공공성을 점차 확대해나가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학교육연구소 연덕원 연구원은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단순히 고액 등록금 부담을 줄여준다는 시혜적 관점이 아닌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해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높이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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