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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신문

[축사-계명대신문사 퇴임기자] 큰 그릇을 만드는 대학신문이 되어라

제가 책에서 만난 존경하는 스승님이 있습니다. 그분이 어느 대학 입학식 축사 때 하신 말씀입니다. “대학시절에는 그릇을 키우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대학시절에는 그릇을 채우려고 하기보다는 그릇 자체를 키우기 위하여 노력해야 합니다. 대학시절 이후에는 그릇을 키우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릇이 작아지고 굳어집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대학도 대학신문도 그릇을 키우고, 인물을 키우는 데 맡은 바 사명을 감당하면 어떨까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의 처음과 끝입니다. 너무 거창하고 황당합니까. 고리타분한 설교 같습니까.

저는 너무나 아담한 대명동 캠퍼스에 입학하여 성서에서 대학생활을 마감한 동문이며 대학문화와 언론창달을 위해 분주하게 20대를 보낸 선배입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가 대학생활이었습니다. 하얀 최루탄과 부서진 짱돌(벽돌), 노천강당의 추억 속에 5월대동제(축제) 등이 제 머릿속을 지금 지나가고 있습니다.

현재는 전문음악방송과 뉴미디어를 창출하는 글로벌회사에서 컨텐츠 공급과 플렛폼 개발을 위해 전쟁 같은 시간을 매일 보내고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는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는 방송 프로듀서 생활도 제법 하였지요. 하여튼 졸업 후 산업전선에서 17년간 대학을 잊고 지내다가 기분 좋은 청탁을 받아 몇 자 적어 보냅니다.

지금의 대학은 낭만과 진지한 학문에 대한 열정보다 고4의 생활을 이어가는 취업준비와 일부 지식(영어 등)에 너무 많은 애정을 투자하지는 않는지요. 그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사실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과 대학신문이 기업의 마음을 얼마나 제대로 읽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기업이 소비자의 마음을 알고 마케팅 하듯 과연 대학은 얼마만큼 기업의 속내를 읽고 있는지 말입니다. 즉 기업은 그릇이 잘 만들어진 인물을 우선 원하지, 얄팍한 전문지식과 특정 언어에 숙달된 사람만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런 기회를 준비하고 마당을 만드는 시간과 공간을 대학신문이 충분히 제공하였는가 되돌아보면 어떨까요.

그릇을 키우기 위해 멀리 보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경험 하십시오. 가능하면 많이 하십시오. 그리고 영원히 살 것처럼 꿈 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산다면 어떨까요. 쩨쩨하지도 비굴하지도 않으며 답답하지도 호들갑스럽지도 않은 담담한 그릇을 만드는 일에 대학신문이 그 버팀목 역할을 해 주십시오. 세상의 어떤 경쟁논리보다 사람을 사랑하면서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느리지만 진실한 그릇을 만드는 대학신문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릇에 무엇을 채우려고 억지로 애쓸수록 힘만 들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부탁 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작고하신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총수가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 주면서 남긴 유언같은 한마디가 바로 “경청”입니다. 아무쪼록 대학생들의 얘기를 많이 듣는 대학신문이 되기를 바랍니다. 정말 50주년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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