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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3월

이제 3월의 새봄이 왔다. 지난 겨울 온갖 뉴스들과 사건들 속에서 우리 마음이 많이 무거웠는데, 어느덧 그 무게를 하나둘 벗어던질 수 있는 봄이 오고 말았다. 계절의 흐름은 누가 붙잡거나 재촉하지 않아도 그렇게 자기의 갈 길을 뚜벅뚜벅 가는 모양이다. 줄기세포 논쟁으로 온 국민이 생명공학에 열중하던 사건이 아마 가장 최근까지도 우리의 관심을 끄는 사안이었을 것이다. 마침 이번 겨울에 관심을 갖고 읽었던 이 시대의 대표적 인문학자와 생물학자가 공동으로 집필한 <대담>이라는 책에서도 어렴풋이 이와 유사한 사건의 위험성을 예측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어느 한 편에만 치우쳐서 서로 ‘노빠’니 ‘노까’니 ‘황빠’니 ‘황까’니 하면서 비난하고 극단적으로 배척하는 모습에서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서로 진보와 보수로 빨갱이와 파쇼로 양분하여 신물이 나도록 싸우는 모습만 또 겹쳐지는 현실이 못내 안타까웠고, 도대체 이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과연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는 것일까 하고 자문해 보게 된다. 차라리 언 땅을 뚫고 솟아나는 새싹과 새잎들, 화창한 봄날의 꽃들에게서 희망을 건져 올리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고 스스로를 설득해 보려고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희망은 사람이고 또 그래야만 함을 일깨워주는 스승은 멀리 있지 않음이 다행이고 감사할 뿐이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감사와 기쁨과 소명으로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우리 사회의 수많은 묵묵한 일군들이 있기에 오늘의 나도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소위 20대 80의 사회라는 이 시대에 그래도 저 도도한 강물처럼 조용히 우리를 뒷받침해준 80이나 되는 대다수 민중들 속에 우리의 부모, 형제가 있는 것을 어찌 부인할 것인가? 창조적 소수라는 20밖에 되지 않는 소위 지식인들이 어찌 저 80의 삶의 지혜를 무시하고 이 사회의 발전과 비전을 논할 것인가? 오늘 캠퍼스에서 마주치는 저 수많은 풋풋한 새내기들의 얼굴을 떳떳하게 마주볼 수 있을 만큼 당당한 인생을 살아온,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온 우리사회의 기성세대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그래도 저들 젖먹이 어린아이와 철부지 학생들의 얼굴엔 적어도 비열한 계산과 고도의 속임수와 정치적 탐욕과 돈의 노예로 전락해 버린 지극히도 동물적인 모습은 없지 않은가? 도스토예프스키가 말한 것처럼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면, 그건 어린아이와 같이 순수한 아름다움을 뜻할 것이고, 그 흔적은 적어도 우리 교수들의 얼굴에서보단 저 캠퍼스의 새내기들의 얼굴에서 더 뚜렷이 보이는 계절이다. 그들과 함께 아름다움을 되찾아가고 싶은 마음으로 저들을 강의실에서 빨리 만나고 싶어지는 너무도 화창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3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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