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득이가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있는데 귀신이 나와서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했다는 유머가 한때 어린이들 사이에서 유행했었다. 이처럼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밥을 먹을 것인지 라면을 먹을 것인지 선택해야 하고, 봉지라면을 먹을 것인지 컵라면을 먹을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선택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만득이가 빨갛든 파랗든 상관없이 휴지를 선택해야 했던 것처럼, 우리가 밥을 먹든 라면을 먹든 봉지라면을 먹든 컵라면을 먹든 김치를 먹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얼마 전 신문에서 황당한 기사를 하나 읽었다. 중국이 조선족이 사용하는 조선어가 자국의 언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글공정’만큼이나 황당한 것은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광역시 교육감은 수능에서 국어, 영어, 수학을 선택해서 치르게 하자고 주장했다는 사실이다. 국어를 선택하도록 만들겠다니 중국이 한글을 중국의 문화유산이라고 우기는 것만큼이나 귀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이다. 사교육비를 절감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하지만 이러다가 독도는 일본에 빼앗기고 한글은 중국에 빼앗기게 생겼다.
국어와 영어를 선택하도록 해도 영어 보다는 국어를 선택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영어사대주의에 빠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국어와 영어를 선택하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영어를 선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국어보다 영어를 배우는 편이 취업하는 데 훨씬 더 유리할 테니까 말이다.
국어는 종묘나 석굴암만큼이나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우리는 이미 국사를 선택 과목으로 돌린 바 있고 동북공정의 아픔을 겪은 바 있다. 한 번 저지른 잘못을 두 번 다시 저지르지 말자. 지금은 국어를 선택할 때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국어에 관심을 갖고 애정을 가질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