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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 플랫폼의 어루만짐

일상생활이라는 건 그것에 내 몸이 묶여있다는 것과 같다. 늦잠을 자고 싶어도 등교 때문에 일어나야 하고, 점심 먹고 낮잠을 참고 강의에 들어가도 되려 강의 시간에 졸고, 해가 뜰 때까지 취하고 싶어도 다음날 아침 강의가 떠올라 부담스럽고... 하지만 이러한 순간순간의 욕구를 제한받는 것보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없는 것이 가장 아쉬운 순간이 아닐까?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을 때 마음속에선 아쉬움이라는 후유증이 자란다. 그래서 대리만족을 통해서라도 그 아쉬움을 달래야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우울감에서 조금이나마 떨어질 수 있다.

‘떠난다.’ 이 문장을 보고 당신은 무엇이 떠올랐나. 바다? 산?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어디론가 떠났던 순간들? 필자는 이 문장을 떠올리면 항상 ‘기차’의 이미지가 그려진다. 그래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할 때 필자는 기차역을 찾아가곤 한다.

대구엔 기차역이 두 곳 있다. 대구역과 동대구역. 어디든 좋다. 기차역에 도착해서는 플랫폼으로 내려간다. 플랫폼으로 가는데 입장료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내려가서는 아무 벤치에 앉는다. 나와 같이 플랫폼 벤치에 앉아있는 사람들. 얼마 뒤 열차가 들어온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정지한 열차에 올라서는 그들. 묶여 있는 내 현실 때문에 그들이 부럽고 바퀴가 움직임이며 서서히 쓸려가는 차창 안의 모습에 괜스레 화가 나기도 한다. 하행선 새마을호 열차는 남해의 푸른 바다에 가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게 만들고 쏜살같은 KTX에 일상의 무료함과 답답함을 얹어놓아 본다.

역전 편의점에서 산 캔 맥주 두 개가 비어지면 잠깐의 일탈은 끝이 난 것이다. 맥주 두 캔과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의 어루만짐에 떠나고픈 마음은 꽤 수그러들었다.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떠나지 못한 아쉬움 보단 후련함이 그리고, 다음엔 꼭 모든 것을 다 털어버리고 떠나겠다는 결심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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