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각지 각 분야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여성의 인권과 복지향상을 위한 법-제도적인 뒷받침도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여성이 수난을 겪고 있는 곳이 도로 위가 아닐까? 운전을 하는 것은 남자든 여자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도로 위의 약자는 항상 여성이다.
필자의 부모님 두 분 모두 2년 전쯤에 운전을 시작하셨는데 아버지가 운전할 때는 단 한번도 불편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운전을 하실 때 버스와 접촉사고가 난 적이 있다. 신호가 애매하게 바뀌는 바람에 생긴 쌍방간의 실수였다. 분명히 50:50의 잘못이었고, 단순한 접촉 사고였다.
하지만 버스기사는 내려서 운전자가 여성임을 확인하더니 험악하게 굴기 시작했다. 자신의 버스에는 수십 명의 사람이 타고 있는데 위험할 뻔했다며 잘잘못도 가리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윽박지르는 것이었다.
마침 내가 타고 있어서 중재를 했지만, 버스기사분이 어머니에게 좀더 무례하게 굴었다면 나도 참지 못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어머니의 혼잣말을 들었다. “남자였으면 그렇게 안 당했을 건데…” 얼마나 놀라고 무서우셨을까.
집에서는 자상한 아버지, 맘 넓은 남편들이 운전만 하면 왜 난폭자로 변하는지. 여성운전자들이 ‘자신의 아내, 자신의 어머니’ 라는 것을 명심한다면 도로위의 일방적인 성차별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