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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와 디지털에 대한 나름의 해석

아날로그와 디지털, 디지털과 아날로그. 우리 곁에서 때론 편리하고 때론 푸근하게 공존하고 있는 것들이다. 실로 디지털 세계에 접어들면서 우리들의 생활양식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밤을 새워가며 쓰던 연애편지는 휴대폰으로 1분 만에 보내지며, 물을 쏟은 바닥에는 어머니의 걸레질 대신에 네모난 스팀청소기가 닦는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만질 수 있는 책과 종이의 질감마저 디지털화 되었다면 어떠할까.

최근 E-book이 개발되면서 출판 업계도 점차 디지털화가 되어갈 것을 미리 예고해 준다. 후세대에 널리 퍼질 ‘지식의 보고’의 본 모습이 E-book이라면 내 자식의 손에 굉장히 미안할 것 같다.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손마디 끝에 잡힌 땀으로 책을 눅눅하게 하는 경험과 자신이 읽은 페이지를 확실히 이해하였다는 전제하에 이루어지는 책 넘김의 경험을 후세대에서는 더 이상 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우리의 촉각의 가치와 그 존재의 의미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먼 훗날 ‘인간은 책을 만들고, 책은 인간을 만든다’라는 도서관의 패는 인간의 손으로 책을 만들고 인간의 손으로 책의 가치를 파괴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물건이 될 것이다.

초등학교 때 손수 만든 생일 초대장을 보고 환하게 웃어주던 친구의 표정과 꼬깃꼬깃 접어 수업시간에 몰래 주고 받던 쪽지의 정을 기억해보라. 약간의 노동과 답장이 오는 동안의 기다림이 얼마나 짜릿하고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었는지를.

디지털이 팽배한 이 시대에 진정으로 우리가 디지털을 취함으로써 무엇을 얻고 잃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분명히 빠름 속에서 느려져가는 인간 정신과 느림 속에서 빨라져가는 인간 존중의 회복의 시급함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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