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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기적이

“슬픈일 좀 슬픈일 좀, 있어야겠다”
이는 미당 시의 한 구절이다. “저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게 하옵소서” 라는 릴케의 시 구도 이와 유사하다. 무슨 일이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은 이들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표현한 바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가?

도로 위 차량의 질주와 캠퍼스의 나무며 길, 가을 깊은 곳까지 세밀하게 미치는 계절의 손길과 그 아래를 지나는 연인들의 속삭임. 이 어느 것 하나도 예전과 다르지 않은데,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자기의 본질을 상실하며 비인간적인 상태로 변전하는 이유를 과연 꼬집어 말 할 수나 있을까?

갑자기 불어 닥친 외환위기와 유명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 보도. 또 서민들 힘 빠지게 하는 부자들 소식. 세간에 떠도는 소식 중 마음 편히 들을 만한 것이 몇이나 될까? 남의 나라 스포츠에는 열광하지만 제 나라 사정에는 무감각한 사람들. 일련된 그들의 행동이 자기에 의한 자기소외를 가속화키는 정신적 자해가 아니면 뭔가.

먹을 건 넘치는데 믿을 것이 없어 못 먹는다는 먹거리 문제와 이 와중에도 시비만을 가리려는 웃어른들의 웃지 못할 말장난은 얼마 남지 않은 사회적 신뢰의 밑바닥을 핥는다. 더 이상 말해 무엇하리. 하루하루 늘어가는 사건들 속에서 바로 어제 일조차 거론하기가 민망할 지경이다.
이제는 좀 잠잠했으면 좋겠다. 그럴 때도 됐다. 요동치는 호수를 보고 잠잠 하라던 예수의 말이 절감되는 요즘이다. 아, 그러고 보면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긴 나야겠다. 요동치던 바다가 잠잠했던 그 때 그 기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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