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 쯤 휴대폰이 고장 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도 얼마 전 비오는 날 휴대폰이 비에 젖어 고장 난 적이 있었다. 고장 난 휴대폰을 고치는 데는 하루가 걸렸지만, 그 하루 동안 나는 친구와 문자도, 떨어져 살고 있는 부모님과 전화도 할 수 없어 매우 불편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불안하기까지 했다. 이렇듯 오늘날, 휴대폰이며 컴퓨터, DMB까지, 우리에게 편리를 안겨주는 디지털 시대의 전유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한 초등학생이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는 컴퓨터라고 말한 것을 듣고 놀란 적이 있다. 이렇듯 요즘은 사람들까지도 디지털화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10년 전과 비교하더라도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있고, 앞으로 우리는 지금보다 더욱 더 편리한 세상에서 살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렇게 편리해지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는 누구를 위해서인가.
당연히 사람들을 위해서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정작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디지털 시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가령, 우리의 휴대폰에는 수많은 전화번호들이 저장되어있다. 하지만 우리가 외우는 번호들은 몇 개인가. 그리고 그 수많은 번호들 속에 내가 진정으로 힘들고 외로울 때 걸 수 있는 번호가 몇 개나 되는가.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다른 사람과의 인간적이고 따뜻한 만남이지 차가운 기계와의 만남이 아니다. 디지털 세상에는 모든 것을 수량화, 기호화하는 정확함만이 있을 뿐이다.
편리한 것은 편안한 것과 다르며, 편리와 행복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도 아니다. 디지털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지만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는 것은 오히려 아날로그다. 디지털의 빠름도 좋지만 가끔은 아날로그의 쉬어가기도 필요한 것이다. 기억에 남는 선생님의 미니홈피에 방명록을 쓰는 것보다 손 글씨로 직접 편지를 쓰는 것이 더 정겹듯 가끔은 이런 아날로그적인 것들이 우리를 살맛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