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KBS 제2TV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한 한 대학생 이도경(홍익대) 씨가 “외모가 중요한 요즘 같은 시기에 키는 경쟁력이다. 키 작은 남자는 루저(loser, 패배자)라고 생각 한다”고 이야기한 것에 대한 논란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방송 이후 네티즌들은 이 사건을 ‘루저의 난’으로 명명하면서 각종 패러디물을 쏟아내고 있다. 또 한 남성은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KBS에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루저대란'까지 나오고 있으며, 손석희 교수가 방송에서 "인터넷 보니 나도 루저"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이도경 씨는 뒤늦게 대본에 따른 발언이었다는 설명과 함께 사과문을 올리기에 이르렀다.
이도경 씨가 경솔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성 연예인의 신체 부위를 대상화해 성적 이미지로 만들고, 개그프로그램 등에서 못생긴 여성에게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고, 이를 웃음거리로 삼는 것을 즐겨온 남성들이 ‘키’를 건드렸다고 발끈하는 건 적반하장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잘못은 (이도경씨의 사과문에 언급되어 있는 것처럼 이 발언이 대본에 의한 것이라면) 이 발언이 문제가 될 것임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고 걸러내지 못한 제작진에게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외모 지상주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와 비판의 시선을 보내는 것을 제작진도 모르지는 않았을 텐데, 이 발언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서 결과적으로 발언의 당사자가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
예능 경험이 전혀 없는, 또는 별로 없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할 경우에는 더욱 신중한 대처가 필요했음에도 이를 안이하게 생각한 제작진은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루저파문’은 어찌보면 우리 사회가 낳은 '외모 지상주의' 폐단의 한 면이 드러난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