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점에는 영어 길잡이 교재가 수도 없이 많다. ‘글로벌 시대’라는 이름 아래 여기저기서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심어준다.
나 역시 여태까지 영어와는 담을 쌓고 살아왔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영어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10년, 20년을 내다보았을 때 영어가 꼭 넘어야 할 산인 것만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외국 어학연수를 가지 않고 한국에서 영어를 잘할 수 있는 법을 전수해 주겠다며 훈련생을 모집하는 것을 보았다. 나도 귀가 솔깃해서 해당 훈련원에 전화를 해 보았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문의하면서 정작 내 일을 포기하면서까지 영어에 몰두하는 것이 너무 무모한 모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비가 몇 백만 원에 호가하는 훈련 과정을 거치고도 스스로 공부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 되니까 말이다.
누구나 영어를 잘하고 싶다. 하지만 혼자서 해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자꾸만 어딘가에 기대려고 한다. 그러나 외국에 가지 않고도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매일 밥 먹듯이 영어를 듣고, 말하고, 읽는다는 거다. 영어 전문가들도 하루에 5시간씩 CNN 뉴스를 보거나 드라마를 보며 영어를 꼭 듣는다고 한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도 그렇게 노력하는데 잘하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은 내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틈틈이 시간 나는 대로 해도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는 영어를 잘할 수 없다. 거액의 교육비를 지불해야 하는 프로그램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영어를 못한다는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기보다는 어떤 방법이든 의지를 갖고 노력해 보자. 모든 것은 의지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