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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혐오에 맞선 일본어문학전공 사쿠라이 노부히데 교수

헤이트 스피치 반대 운동 펼쳐와


더 이상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고,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터무니 없다는 것을 모르는 한국인도 없다. 명백히 가해자와 피해자가 나뉘는 사안임은 물론 사실관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러는 와중에 일본에서는 반한(反韓) 감정이 갈수록 거세지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한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도 심심찮게 나온다. “조센징은 기생충”, “한국인은 자국으로 돌아가라” 같은 말이 낯설지 않은 요즘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부 일본인들의 극우적인 행동을 반대하고 나선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일본인, 사쿠라이 노부히데(櫻井信榮)(일본어문학) 교수다. 그는 남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던 중 2013년부터 한국의 광화문과 일본의 신오쿠보를 넘나들며 헤이트 스피치(국적, 인종, 성, 종교, 성 정체성 등에 대해 의도적으로 폄하하는 발언) 반대 운동을 펼쳐왔으며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과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 철폐를 주장하기도 하는 등 혐오와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사쿠라이 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4년 전 그날로부터
사쿠라이 교수는 90년대부터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가지다가 지난 2009년­에는 한양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게 됐다. 이때까지 그는 한국을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다. 그런 그가 일본의 반한 집회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바로 4년 전, 재특회(在特會. 정식명칭은 ‘재일 한국인의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으로, 최근 몇 년 간 인종차별적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단체이다.)가 벌인 반한 시위였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일본에서 반한집회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일본 신오쿠보에는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합니다. 그곳에서 한국어를 배웠고 한국인 친구도 사귀었습니다. 그런 곳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차별적 집회가 벌어진다는 것에 화가 났고, 저는 그때부터 헤이트 스피치를 반대하는 활동을 펼쳤습니다.” 재특회와 같은 일본 극우들로부터의 테러가 두렵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웃음을 지으며 “그런 것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며 “재특회는 겁쟁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상이 된 차별과 혐오
우리는 인종차별은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일상 속에 내재화된 차별적 인식을 상대적으로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사쿠라이 교수 또한 이 점을 지적하며 인종차별은 일본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에서 ‘흑형’, ‘쪽바리’, ‘짱깨’ 같은 표현을 자주 접한 그는 이러한 단어가 인종차별이 아닌 유머처럼 쓰이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같은 강의실에 흑인이 있는데 ‘흑형’이라고 부른다든지, 중국인 유학생이 있는 자리에서 ‘짱깨’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이는 몹시 잘못된 행동입니다.” 일상적인 차별적 언행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내 공동체는 내가 지킨다.’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것은 그가 헤이트 스피치 반대 운동에 뛰어든 계기이기도 하다.

한일 갈등, 대화로 풀어야
현재 일본 정부는 위안부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지속적으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등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 이에 최근 몇 년 간의 한일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되었고 얼마 전에는 부산의 소녀상 설치에 반발하여 주 부산 총영사를 본국으로 귀국시키기도 했다. 사쿠라이 교수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두고 위안부 문제는 정치 문제가 아닌 인권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위안부 문제는 정치가들끼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부산에 소녀상을 세웠다고 해서 총영사를 철수시킨 것을 보면, 일본 정부의 태도는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그는 한일 양국의 우호를 위해서는 대화가 최우선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한국 청년과 일본 청년 사이의 문화적인 교류를 예시로 들며 “젊은 세대간의 교류가 활발한 것을 보면 한일 양국은 언젠가는 긍정적인 관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국에 대한 관심 이어갈 것
사쿠라이 교수는 과거 대학생 시절부터 한국에 대한 관심이 각별했다. 한국의 대학에 진학하여 공부한 것과 한국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이유 또한 한국에 대한 남다른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2009년경에 한양대에 입학하여 공부하면서 여러 곳에서 일본어 강사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원래부터 한국이 좋았고 결국 이런 관심이 저를 지금의 자리에 오게 한 것 같습니다.” 사쿠라이 교수는 한국에 대한 관심을 학문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향후 재일교포 문학을 연구해나갈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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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왜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해야 하는가? 읽는다는 것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지식의 습득은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 정보를 수집해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읽기다. 각 대학들이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인문·예술적 소양이 없으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고전과 명저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교과 과정으로 끌어들여 왔다. 고전과 명저란 역사와 세월을 통해 걸러진 책들이며, 그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저자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하는 정신의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과 명저라 할 수 있다. 각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에세이와 작품집을 제출하는 등의 특별 전형을 통해 면접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거나, 인문학책을 토대로 지원자들 간의 토론 또는 면접관과의 토론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인문과 예술적 소양을 중시하고 있다. 심지어 인문학과 예술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