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한 지 2주가 지났지만, 내 머릿속은 온갖 생각들로 가득 차있다. ‘학점을 잘 받을 수 있을까?’, ‘옷도 잘 못 입는데 내가 과연 패션 에디터로써 성공할 수 있을까?’, ‘이렇게 살아서 행복할 수 있을까?’ 등등. 모든 대학생이 개강 후에 겪는 ‘개강병’ 하나 정도는 갖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3번째 개강을 맞이하는 내게 이전 학기와 사뭇 다른 이 기분이 약간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사실 외적인 부분에서, 나는 그야말로 ‘성공가도’를 걷고 있다.
학교에서 꼬박꼬박 장학금이 나오고, 학점도 잘 받은 편이다. 게다가 1학년 때 했던 수많은 대외활동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었고, 따고 싶었던 자격증도 다 땄다. 대학생들이 갈망하는 스펙이나 성적 부분에서 나는 이미 20살 때 원하는 것들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무엇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인가. 나는 정말 ‘잘’ 살고 있는데, 정작 무엇이 두려워 우울해지는지 알 수 없었다.
고심 끝에 엄마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수많은 얘기가 오가고 우리가 내린 결론은 ‘얽매임’과 ‘조급함’이 만들어낸 우울증이었다. 겨울방학 때는 수술 후 쉬라는 의사의 말을 어기고 공모전을 준비하다 고생을 하기도 했다. 내 욕심이 나를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에 무섭기까지 했다.
그렇게 ‘성공’해야겠다는 얽매임 때문에 항상 남들보다 ‘빠르게’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나를 지치고 에너지 없게 만들었던 것이었다.
고민의 해결책을 찾은 뒤, 나는 서점에 들러 자격증 도서 대신 시집 코너에서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 한 권을 샀다.
21살에 겪은 성장통이 내게 준, ‘여유’가 주는 힘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하나하나 실천해보려 한다. 내가 성장했음을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