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레바논 무차별 공격이 시작된 지 어느 덧 3개월째 접어들었다. 그런데 며칠 전 모 신문의 기사는 내게 큰 의문을 던져 주었다. 다름 아닌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전쟁터가 관광지로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직접 전쟁을 느끼고 싶어하고 호기심을 갖는다고 한다. 주민들도 전투로 피해가 컸던 지역경제가 다시 회복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들을 반기는 눈치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을 긍정적 현상으로만 해석할 수 있을까? 불났는데 부채질하는 것도 아니고,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을 받아 이스라엘 병사 12명이 사망한 곳에 주말이 되면 하루 수백 명의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인간의 잔혹한 본능에 호기심이 맞설 때 우리는 무엇을 느끼고 배울 수 있을까?
휴전 중인 레바논에는 여전히 공포가 자리잡고 있다. 터지지 않은 채 레바논 마을 곳곳에 퍼져 있는 집속탄의 공포이다. 이는 전폭기가 큰 폭탄 하나를 떨어뜨리면 최대 6백개 이상으로 작게 쪼개져 하나하나 폭발하는 것인데, 무고한 민간인과 어린이의 생명을 앗아가는 존재다. 국제사면위원회가 나서, 집속탄에 대한 유엔의 조사를 요청했지만, 이스라엘은 여전히 합법적인 공격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멀리가지 않아도 된다. 신문에 나는 기사만 보더라도 우리는 전쟁의 공포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미국의 미온적 태도, 각 국의 눈치 싸움, 하루가 멀다하고 죽어가는 레바논의 생명들... 20세기 무력을 하나의 외교 수단으로 삼고 힘을 겨루는 우리의 모습, 이것보다 더 무서운 게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