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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권력승계를 비판할 수 있으려면

최근 북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3대째 권력세습을 바라보면서, 이런 사태가 한민족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에 부끄러운 심정을 금할 수가 없다. 김일성은 해방과 함께 권력을 장악하여 1990년에 죽기까지 무려 45년간 북한의 최고 권력자로 집권하여 최장기 집권한 독재자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정일은 1974년부터 16년간 후계자로 지내다 1990년에 권좌에 오른 후 금년으로 20년째 장기집권하고 있다. 2008년부터 김정일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3대째 세습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였고, 김정은이 후계자의 자리를 차지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김정일 자신은 후계자 수업을 16년에 걸쳐 받은 후 50대가 되어 권력을 세습 받음으로써 무리 없는 권력이양이 가능하였다. 하지만 김정은이 후계자로 부상된 것은 불과 3년 정도에 지나지 않으며, 현재 그의 나이도 20대 후반에 불과하여 과연 김정일의 기대대로 권력승계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국내외 전문가들조차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정은의 권력승계의 열쇠는 중병에 시달리고 있는 김정일보다 그의 고모와 고모부인 김경희와 장성택의 손에 달려있다는 분석도 많다. 어린 자식에게 권력세습을 하려는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김정일의 모습에서 조선시대에 나이어린 단종에게 권력을 이어주기 위해 병중에 죽기 직전까지도 노심초사하였던 문종의 모습이 읽힌다.

권력다툼엔 부자지간도 없다고 하는데, 과연 김정은이 고모와 고모부의 비호 속에 권력을 승계해 갈 수 있을 것인지 의문스럽다. 장기 독재로 악평이 자자하였던 제3세계 국가들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3대째 세습이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착잡함을 숨길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보편적인 심정이리라 생각된다. 민주노동당을 제외하고는 보수와 진보를 가릴 것 없이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너무도 허망한 사태라 정치권에서 비난의 논평을 낼만한 가치는 있는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민주노동당의 경우에도 북한의 행태를 옹호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 대화 상대일 수밖에 없는 북한 당국과의 소모적 부딪힘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논평을 내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이렇게 지탄받는 권력세습이 전 세계에서도 유독 한반도에서만 발생하고 있는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남쪽에 살고 있는 우리와는 관계없는 북한만의 돌연변이 행태라고 치부하면 그만일까? 그렇게만 여겨지지 않아서 마음이 불편하기만 하다. 정권적인 문제와 차원은 다르겠지만,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지연, 혈연, 학연의 폐쇄적 족쇄의 문제는 북한의 권력세습 문제와 정서적으로 유사성을 갖는 것이 아닌가? 무능하고 탐욕적인 2세에게 기업을 승계시켜 파산의 짐을 사회에 지우는 기업가들의 행태는 김정일의 집착과 다른 문제인가? 교회조차 자식에게 세습시키는 대형 교회 목사들의 집착과 그것을 용인하는 교인들의 자세는 어떤가? 최근 경기도의 모 사립학교에서 딸을 교감으로, 아내를 재단이사장으로 앉혀 놓은 학교 설립자인 80대 교장이 학생들의 생활지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학생들 앞에서 교사들을 매질하였던 패륜적 사건이 발생하였었는데, 이런 사학운영자들은 어떤가?

이런 사학재단을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조차 없애려는 특정 정당의 정치인들이 북한체제에 가장 큰 목소리로 비난하는 모습이 참으로 공허하지 않은가? 제 눈의 들보도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의 티끌만 보려하느냐 던 2000년 전 예수님의 호통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것이 아닌가? 우리 사회가 북한의 권력세습 행태를 흔쾌히 비판하고 나서기엔 뒤통수가 너무 아프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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