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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에 즈음하여

일전에 집사람과 함께 시내 모 백화점에 들렀다. 아이들 옷가지를 사고 어머니와의 저녁식사를 위한 장거리를 보기 위함이었다. 찬거리를 사오면서 1층을 지나는 순간 길게 늘어선 줄을 보았다. 젊은 여자들과 그 옆에 따뜻한 겨울 늑대 목도리처럼 남자들이 서 있었다. 무슨 줄인가 보니 해외 유명 명품을 파는 가게에 들어가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는 줄이었다. 순간, 아! 하는 한숨과 함께 여러 가지의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명품이라는 것을 사려고 저렇게 아우성 이라니 제정신인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그만한 투자로 심적으로 행복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투자가치가 있는 행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지나갔다. 무엇이 옳은지는 가치관의 문제이고 인생관의 문제일 것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이러한 세태 속에서 우리 대학생들은 어떻게 명품이 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독일 유학시절 들은 이야기이다. 독일 부부, 프랑스 부부 그리고 이탈리아 부부가 모이면 한번에 이들을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독일 부부는 확실하게 구별되는데 그 이유는 독일 부부의 경우 그 옷 차림새에서 다른 이들보다 더 허름하고 명품을 휘감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독일 생활을 체험한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내용이다. 독일인들은 내가 경험하기로는 외모에 치중하거나 겉모습에 치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내실에 충실한다. 옷을 통해 그의 가치를 나타내기 보다는 은행과 금융기관에 가지고 있는 그의 자산을 통해 그의 가치를 나타낸다. 집의 외벽을 장식하기 보다는 집안을 취장하며 자신의 편리한 생활을 위해 편의시설을 구비한다. 흔히 외모보다는 내실을 더 중시하는 국민성을 가진 것처럼 느꼈었다.

사람이 자신의 몸을 명품으로 꾸미면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자 하는 것은 인지상정일지 모른다. 특히 젊은이일수록 그런 경향이 더 클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우리 자신을 생각해보자. 과연 그런 명품을 걸치는 것이 지적 능력과 정신적인 충만감에서 우리를 명품의 반열에 올려 놓을 수 있을까?

물론 젊은이만을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진정한 내면적인 아름다움과 진실보다는 외형의 화려함과 돋보임만을 강조하는 사회의 풍조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문화의 각 영역에서의 외형중심주의의 사조는 우리 청년들을 그 소용돌이에 내몰고 있으며 청년들 스스로 그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가을이 지나가는 이 계절에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아무런 생각없이 우리의 인생을 내버려 둔다면 우린 영원한 껍데기 명품에 사로잡힐 뿐이다. 왜 우리가 그런 껍데기에 종속당한 객체로 우리의 삶을 살아야 할까?

젊은이는 차세대의 동량이다. 젊은이는 외형을 존중하는 중심을 깨고 새로운 문화풍토를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신과 동료 그리고 우리 삶의 공동체를 위해 무엇이 정의인가를 생각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성세대와는 다른 가치관을 정립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은 꿀과 같은 달콤함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어려움을 이겨낼 때 최소한 우리 스스로가 명품의 노예가 아니라 명품을 지배할 수 있는 주체로서 서게 해준다. 이러한 주체성은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각자의 가치관을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 감성과 지적성숙을 성취하면서 가능하다.

이제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흰눈이 날리는 겨울이 올 것이며 또 새로운 봄이 올 것이다. 늘 맞이하는 봄이 아니라 이번 겨울을 각자를 명품으로 만들기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하며 새로운 계절에 정의, 진실 그리고 도덕적인 사고를 갖춘 진정한 명품 젊은이로 새롭게 태어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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