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드라마와 뉴스를 질적으로 전혀 다른 방송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가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허구의 세계를 다루는 프로그램이라면 뉴스는 실제로 일어난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런 믿음 때문인지 드라마를 보면 보는 순간에만 몰입하고 빠져드는 경향이 있지만, 뉴스의 경우 아나운서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물론이고 일상생활에까지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쓰레기만두파동, 치킨튀김기름파동, 광우병사태, 신종플루사태 등은 모두 뉴스가 얼마만큼 강력하게 일상생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직접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뉴스는 동영상과 앵커의 부연설명을 통해 만두재료가 얼마나 비위생적으로 처리되고 있는지, 치킨튀김기름이 얼마나 불결한지, 미국산 쇠고기와 새롭게 발병한 돼지독감이 인간의 건강에 얼마나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 집중적으로 보도하였고, 한국 국민의 대다수는 이 보도들을 자명한 진실로 받아들여 즉각적인 대처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만두생산과 치킨판매 사업은 치명타를 맞았고, 수없이 많은 시민이 미국산 쇠고기수입을 저지하기 위해 촛불을 들고 길거리로 나섰으며, 수백만 명분의 신종플루 예방백신이 동이 나는 진풍경이 연출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엄청난 파급효과는 뉴스가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전제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뉴스가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무한한 신뢰는 이 정보가 사실이며 진리일 것이라는 믿음이 전제되지 않았다면 생겨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 국민 다수의 믿음처럼 뉴스는 사실 그 자체에 관한 정보를 전달해주는 진리매체일까요?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뉴스와 드라마는 모두 시청자에게 일정한 정보를 제공해 줍니다. 그리고 이들이 제공해 주는 정보는 모두 제작자에 의해서 가공된 정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가공의 정도와 방식의 면에서 양자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 간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유사성이 있습니다. 뉴스와 드라마는 모두 소재거리를 우리의 생활세계에서 선택합니다. 선택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생활세계에서 발생하는 사태들을 모두 다룰 수는 없습니다. 언제나 특정 관점에 따라 선택된 사태들만 다룰 뿐입니다. 여기서 선택이란 다른 가능한 정보들을 배제하고 특정한 정보들만을 선발하는 정보의 생산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택 없이는 정보도 없습니다. 또한 선택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항상 특정한 관점 하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드라마작가의 의도가 드라마제작에 개입되듯이 뉴스제작자의 의도 역시 뉴스제작에 개입하게 됩니다. 이러한 의도를 규정하는 동기는 대개 예견되는 시청률이지만 종종 경제적 이득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일수도 있습니다. 의도는 정보의 생산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시청자의 감성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음악, 조명, 장면 같은 다양한 장치들이 이용되듯이 뉴스에서도 선택된 사태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이해되도록 앵커의 부연설명, 사진, 동영상, 전문가의 인터뷰 등의 장치들이 동원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제작된 뉴스의 내용은 물론 실제로 일어난 사태에 근거하고 있지만 사태 그 자체를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구성된다는 점에서 드라마가 제공하는 정보와 유사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뉴스가 제공하는 정보가 드라마의 내용과 마찬가지로 가공되고 각색된 것임을 인식하게 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지금까지처럼 뉴스의 보도에 대해 그렇게까지 즉각적이고 과민하게 반응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드라마를 보듯 그렇게 일정한 심리적 거리를 두고 뉴스를 보거나 듣게 될 것이고, 이를 통해 뉴스가 제공하는 정보들과 얽혀있는 다양한 정치 및 경제적 맥락들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며,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사회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