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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신앙은 '상식'을 넘지 못한다

아프간 인질 사태가 남긴 뼈 아픈 교훈

그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음껏 활짝 웃지도 못했다. 죄인이 따로 없었다. 입을 뗀 첫 마디는 한결같이 ‘국민들께 죄송하다’였다.

사지(死地)에서 극적으로 생환한 ‘아프간 인질’들이 입국장에서 보인 반응은 그야말로 석고대죄였다.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고맙고 고마울 뿐인데 그 기쁨만으로도 통곡이 나와야 마땅할 텐데, 그들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무표정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만 거듭했다. ‘하나님’과 ‘기도’는 절대 금지 단어였다.

40여일 간 억류됐다 풀려난 감격 대신 석고상처럼 굳은 채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아프간으로 떠나기 전 유서까지 썼다는 결연한 의지와 신앙심은 자취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자살특공대’를 방불케 하며 격전지로 떠났던 그들은 그렇게 인간의 가장 약하고 초라한 면모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돌아왔다.

그들을 맞이하는 우리 국민들의 반응도 싸늘하기는 마찬가지다. 억류 기간 동안 마음 졸이며 무사귀환을 염원하고 전원 석방 소식을 눈 빠지게 기다려왔음에도, 막상 귀국길의 그들을 안아 주지는 않았다.

풀려났다는 소식에 안도했을 뿐이다. 더 이상 가슴 아픈 ‘인질 살해’ 소식이 없다는 점이, 19명이 모두 무사하다는 점이 다행스럽다는 정도다. 감격 잘 하고 흥분 잘 하는 대한민국 국민답지 않은 반응이다.

그만큼 그간 한국 개신교가 보여준 극단적인 신앙심에 다들 질렸다는 뜻이다. 이번 사건 또한 타종교를 인정 않는 한국 개신교의 편협한 교리에 원인을 두기 때문이다.

민심은 분명 ‘질타’ 쪽이다. 살아 돌아온 그들의 ‘불같은 신앙’은 이제 얘깃거리도 안 된다. 그
들은 무모했고, 그들을 사지로 보낸 한국 개신교의 해외선교 방식은 전 세계의 비난을 사고 있다. 기독교의 종주국임을 자처하는 나라들도 ‘19세기적 선교 방식’이라고 힐난한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것이 선행과 봉사의 참뜻이거늘, 그들의 봉사활동은 7천만 한민족을 넘어 65억 지구인의 이슈가 됐다.

떠난 숫자대로의 ‘전원’이 아니라는 점, 고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 씨의 비보는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러나 이제 한국 개신교는 인정해야 한다.

맹목적인 선교는 더 이상 ‘선한 의도’가 될 수 없다. 신앙도 인간 사회의 상식선에서 지켜져야 한다. 오직 ‘하나님’만 찾는 이들만 모르는 만고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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