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패션 시장에서 명품 브랜드의 강세는 날로 더해지고 있다. 명품이란 일반적으로 오랜 역사와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고품질력과 희소성 있는 디자인을 강점으로 고급시장을 주도하는 글로벌 브랜드에 붙여지는 명칭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명품 브랜드라고 불릴만한 것은 없으며 주로 유럽과 미국산 유명 브랜드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최근 명품 브랜드들은 오랫동안 쌓아온 명성을 등에 업고 저가의 합성섬유나 합성피혁 소재로 만든 대중화용 상품군들을 확대하며 매출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트랜드 반영도가 높은 한국 시장에서는 할리우드 스타 등 셀리브리티들의 의상과 액세서리들을 중심으로 “잇아이템”이니 하는 이름을 붙여가며 구매열풍이 뜨겁고, 여고생들까지 “명품계” 등에 참여하면서 과시소비성향이 나타나고 있다.
대학생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다양한 명품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아까지 않으며 과도한 명품구매로 인한 카드빚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대학생의 사례가 매체에 보도되면서 소득수준에 맞지 않는 명품소비의 문제점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여기에 스페인의 자라, 스웨덴의 에이치앤앰 등 대표적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은 품질, 디자인, 생산관리, 유통, 마케팅 등 전 분야에 걸친 독창성과 효율성을 강화한 시스템을 잘 갖추어 세계 소비자들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이들은 중가대의 가격과 글로벌한 브랜드 인지도 등을 강점으로 하지만 실질적인 품질력은 소비자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보고된다. 국내 20대 젊은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해외 패션정보를 손쉽게 접하게 되면서 국내에 미처 입점하지 않은 글로벌 브랜드의 의상들조차 본사 직영 인터넷 숍이나 구매대행 사이트로부터 직접 구매하는 등 글로벌 브랜드 소비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이처럼 날로 글로벌 브랜드의 소비가 확산되면서 국내 패션시장에도 이들의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해외여행이나 인터넷 정보 등을 통해 이미 친숙해진 글로벌 브랜드의 점포 오픈을 기다리는 소비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미국이나 유럽산 브랜드 제품이라면 품질이나 디자인성에 대한 정확한 판단 없이 무분별하게 선호하는 20대 소비집단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스스로 경제적 자립을 준비해나가고 건실한 소비의식을 함양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있는 대학생층의 무분별한 해외 브랜드 선호는 다시 한번 고려되어야할 사회적 이슈이다.
글로벌 브랜드의 후광효과가 커지면서 우리가 지불해야하는 로얄티는 늘어나고 국내시장의 잠식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산 브랜드들은 자구책으로 해외 브랜드와 형식적인 제휴를 맺어 해외산 브랜드의 느낌이 들도록 포장하여 소비자를 현혹시키거나 국내 브랜드를 해외에서 런칭하여 다시 국내로 재수입해 들어오는 전략까지 선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섬유패션산업은 50여년 이상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무역수지 흑자를 주도하는 주요 산업이었으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해왔고 또 현재도 기여하고 있는 산업이다. 그간 섬유 원단과 봉제품의 우수한 품질력을 인정받아 기반은 충실히 다져왔으나 그에 걸맞은 수준으로 발전되기에는 선진국과 다소 격차를 보이는 디자인 및 마케팅 능력이 국산 브랜드의 세계화에 발목을 잡아왔다.
패션 상품의 품질력에 대한 대내외적인 명성을 쌓아온 코리아 브랜드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이에 대한 자긍심을 갖는 것은 곧 있을 월드컵 축구대회 등 각종 국제 운동경기대회에서 목청높여 코리아를 응원하는 목소리 만큼이나 한국 산업발전에 큰 도움이 되는 일일 것이다.
젊고 의식있는 대학생층이 주도하여 코리아 브랜드의 자부심을 높이고 국산 브랜드 사랑을 실천하는 행동하는 지성이 필요한 때이다. 이런 관심과 실천이 함께할 때 섬유패션산업에도 진정한 ‘글로벌 코리아’는 실현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