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 속 화초. 나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이 있을까 싶다. 지난 20년 동안 어른들이 시키는 것을 따르며 뾰족한 말없이 칭찬만 받으면서 자랐다. 눈에 띄게 잘한 것은 아니었지만 뭐든 열심히 하려고 했다. 덕분에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꽃길을 걸었던 것이다.
너무 꽃길만 걸었던 탓일까? 대학교에 입학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사람들 앞에서 위축되고, 사소한 말에도 상처를 받는 나를 마주하기 시작했다. 누군가 장난으로 자존심을 건드리면 하루 종일 그 말을 신경 쓸 만큼 상념에 빠졌다. 사람들 사이에 내가 존재하는 것이 몹시 불편해서 모임이 있는 날이면 빨리 집에 들어가 이불을 꽁꽁 뒤집어쓰고 자고 싶었다.
어쩌면 미움 받고 싶지 않기에 상처를 더 쉽게 받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디를 가도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욕심이 많아서인지 사랑을 받아도 마음이 허전했다. 나보다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는 ‘엄친딸’ 친구를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부러워했다. 이런 나에게 정신과 의사 이승민 씨는 ‘모두에게 사랑 받을 필요는 없다.’라고 충고했다. 이 충고를 듣는 순간 마음이 홀가분해지면서 이 진리를 왜 이제야 깨달았는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스무 살, 나는 지금 온실 속에서 야생으로 넘어가고 있다.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야생. 그곳에서 나는 사람에게 치여 넘어지더라도 꿋꿋하게 일어날 수 있는 용기를 배우고 싶다. 신이시여, 저에게 상처받을 용기를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