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화를 보기 위해 학교 도서관 멀티 미디어실에 들렀다. 영어 자막으로 봐야 한다는 말을 듣고 머리를 긁적이다가 자리에 와서 TV를 틀었다. 영화는 80년대의 것이었고, 한글 자막 없이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꽤 있어 중간에 임의로 한글 자막을 선택했는데 담당자가 내게 와서 아무런 양해도 구하지 않고 영어 자막으로 전환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굉장히 불쾌했으나 담당자가 간 후, 다시 한글 자막으로 전환했으며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기를 서너 번, 결국 대표쯤으로 되어 보이는 담당자가 와서 “영어 자막으로 보셔야 하거든요!”라고 을러대곤 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학교는 학생을 위한 공간이고, 그 중에서도 도서관은 가장 대표적인 문화와 학업의 공간이 아닌가? 왜 학생들의 자율성마저 앗아가려는 것인지 이해 할 수 없었다.
영어 자막은 결코 리스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미국의 원어민 선생님께 직접 들은 적이 있다. 상식적으로도 한글 자막을 속독한 후에 영어를 들으며 이해해야 어휘력이 늘지, 영어 자막을 읽으며 영어를 듣는 것은 지루한 ‘읽기 공부’의 반복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학교 측에서 이미 정해 놓은 규정이라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그 규정을 정할 때 주체인 학생들은 어디에 있었는가? 어떤 규정이든 시대와 상황을 막론하고 융통성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여하튼 이런 부분은 제외하더라도 학생이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즐거움을 앗아가진 않았으면 한다. 영어 자막을 선택할 권리도, 한글 자막을 선택할 권리도 우리에게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