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통일 이전의 혼란했던 시기를 보여주는 많은 영화를 보았다. 하지만 이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에 세 번이나 다시 돌려본 것은 그만큼 작품성이 뛰어나기 때문이었다. 우선 가장 놀랐던 점은 훔쳐보기와 몰래듣기를 소재로 영화가 흘러간다는 점이다. 개인의 사생활이 예전보다 훨씬 강해진 요즘,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독일의 분단시대에서 상대의 움직임을 보기위한 하나의 수행 작업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도청을 당하는 동독주민들과 예술가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얼마나 소름끼치고 무서운 일인가? 실제로 당시 독일 슈타지를 포함한 비밀요원의 수는 타국에 비해 현저하게 많았다. 1인당 맡은 주민의 수가 적었기 때문에 더욱 철저하게 감시할 수 있었다고 한다.
몇십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리고 직접 당해보지 않은 제삼자의 입장에서야 사실을 말하는 것으로 끝나겠지만 정작 내가 영화의 드라이먼처럼 당하는 입장이었다면 오랜 시간 타인의 귀와 눈을 통해 나의 모든 것이 들어갔다는 것을 어떻게 해서든 지우려고 할 것 같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주인공 비즐러의 역할이다. 단순히 강력하고 충격적인 소재를 이용한 영화가 될 수도 있었던 것을 비즐러라는 캐릭터를 삽입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그 외의 것들을 되돌아 볼 수 있게 만들고, 통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안겨준 것 같다.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도 중심을 볼 줄 아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당장 눈앞에 있는 것을 전부라 생각하지 않고 더 크고 넓은 것을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원한다. 타인의 삶 속에서 자신의 삶을 발견한 비즐러의 모습처럼 진정한 나를 찾길 바라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바꿀 만큼 진정한 삶을 보여준 예술가들의 모습처럼 영향력 있는 나를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