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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유밀레아 윤송이 상무의 좌절

2004년 문화계와 경제계에는 유밀레 신드롬으로 뜨거운 논의가 벌어졌다.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한 20대 중반의 한 여성이, ‘유밀레 공화국’이라는 패션회사를 차려, 미국으로부터 무려 4천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유밀레는 도발적인 섹스 칼럼 등을 통해 신세대 기업인으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4천억 원의 투자유치도 진실이 아니었고, 패션회사 역시 유밀레 스스로 이루어낸 것이 아니라, 윗세대가 좌지우지하며 이른바 유밀레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웠던 것이다.

유밀레 사건의 가장 큰 책임은 언론이었다. 언론은 유밀레측이 보내는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끼며, 유밀레 신드롬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했다. 특히 ‘우리는 회의도 노래방에서 한다’는 발언이나, 일과가 끝나면 바로 댄스학원에서 춤을 공부하는 등, 비상식적인 사업방식도 여과없이 보도했다. 4-5명짜리 벤처기업에서도 회의는 늘 진지하게 하며, 퇴근 이후의 여가시간은 없다. 기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진지함과 성실성을 갖춰야 함은 정주영 시대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는 것이다.

유밀레와는 조금 차원이 다르지만, 천재소녀로 각광받으며 20대에 SK임원으로 스카웃된 윤송이 상무 역시 비슷한 경우이다. 윤송이 상무는 카이스트 수석 졸업에 MIT공대 최연소 박사 등 화려한 경력을 등에 업고, 재계의 신데렐라로 부상했다. 그러나 그는 지나친 언론의 관심과 심혈을 기울인 1m 사업 등의 실패로, 현재 회사를 떠나고 말았다. 윤송이 상무의 좌절에 역시 언론의 책임이 큰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윤송이 상무는 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언론에 일거수일투족이 보도되었다. 특히 보도 내용이 윤상무의 능력과 업적이 아니라 사생활에 집중되었고, 이것마저 진실과 거리가 멀었다. 예를 들면 윤상무는 퇴근 시간을 정확히 지키며, 첼로와 수영, 일본어 등을 공부하며 자기 개발에 나선다는 보도 등이다. 대기업에서 60명을 이끄는 프로젝트 팀장이 자신의 여가시간을 즐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유밀레와 윤송이 상무의 좌절은 한국 언론이 젊은 세대의 성공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윗세대의 성공담과 그들과의 공통점을 찾으며, 세대통합의 관점으로 보도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라도 이질감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한다. 이러한 보도는 언론에 대한 감각이 없는 당사자들을 당혹케하며, 일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한다. 그리고나서 그들이 실패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비난하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언론이 이런 방식의 보도태도를 고집하는 한, 지금 시대에서 젊은 스타가 나오기는 어렵다. 젊은 세대는 하나의 업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성장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언론은 그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앞으로 또 어떤 젊은 스타가 언론에 의해 탄생할지 모른다. 그때마다 유밀레와 윤송이의 사례를 기억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니, 유밀레와 윤송이의 화려한 재기를 위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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