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국가청소년위원회를 통합해 ‘여성가족청소년부(가칭)’로 통합 출범을 준비중이다.
그러나 이런 통합 움직임에 대해 청소년 지도자들의 반발은 물론 ‘여성계’에서도 전문성과 효율성 약화를 우려하며 반대가 거세다. 실은 여성부가 여성가족부로 명칭을 변경할 때부터, 아니 업무를 전환할 때부터 이 부처에 대한 정체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여성가족부’라는 명칭부터가 실로 모순되기 이를 데 없다. 여성운동의 선각자들이 그토록 여성으로부터 분리해내고자 애썼던 ‘가족’을, 21세기의 대한민국 여성부는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우려했던 대로, 여성가족부로 확대 개편되면서 업무의 방향은 바뀌었다. 이 부처는 이제 ‘양성평등’이나 여성 인권 문제보다는, 가정 내에서 여성이 조화를 이루며 행복하고 평등한 가정을 꾸리는 것을 이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미래, 나아가 인류의 미래를 바꾼 마가렛 생어(Margaret Sanger, 1883~1966)의 산아제한운동은, ‘어머니가 되지 않을 권리’야말로 여성 인권의 출발임을 알렸다. 어머니 되기를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여성은 비로소 집 밖의 세상에 동참할 수 있었다.
현재 대한민국 여성가족부의 최우선 과제는 출산장려정책이다. 왜 아이를 낳지 않는지 뻔히 알면서도 그 사회적 모순이나 갈등과 정면으로 싸우기에는 이미 부서의 덩치가 너무 커졌고 정체성마저 뒤바뀌었다.
여성가족부 업무의 혼돈은, 여성가족부 장관이 직접 시상하는 ‘남녀평등방송상’에서도 드러난다.
수상작 명단에는 다큐멘터리 ‘출산파업, 여자들은 왜 아이를 낳지 않는가?(2004, KBS)’, ‘PD수첩-강간제를 개혁하라(2005, MBC)’ 등도 들어 있지만, 대통령상은 언제나 TV 연속극의 차지였다. ‘대장금’, ‘노란 손수건’, ‘굳세어라 금순아’ 등이 대상을 받았고, 여인수난사의 재현 혹은 선정성 논란에 휘말리기 일쑤인 KBS ‘사랑과 전쟁’도 부부간의 리얼리티를 다뤘다고 2000년 이 상을 받은 바 있다.
시류에 따라 시청률에 따라 한 회 동안에도 ‘여인잔혹사’와 양성평등 사이를 비논리적으로 왔다갔다하는 TV연속극을 금과옥조로 삼는 여성가족부의 정책 방향이, 과연 청소년 문제까지 아우르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 답답하고 한편 궁금하다.
예산 1조원을 넘을 통합부처의 미래를 알고 있는 이는 혹시 ‘청소년이 대거 등장하는 가족극’을 구상 중인 TV드라마 작가들뿐인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