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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하차 임채진 총장 1년6개월 영욕

참여정부서 임명장…盧 서거로 사직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백나리 기자 = 3일 사직서를 제출한 임채진(57) 검찰총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임명한 총장이다.

2007년 11월26일 대선이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에 취임한 임 총장은 BBK 의혹 수사와 `삼성 떡값' 논란, 촛불 정국, 용산참사 등을 넘기고 1년 6개월째 임기를 이어왔으나 노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돌발변수로 끝내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게 됐다.

경남 남해 출신으로 부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19회 사법시험에 합격, 법무부 검찰 1.2과장과 서울지검 2차장, 춘천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법무연수원장을 두루 거쳐 검찰 행정ㆍ기획통으로 선이 굵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총수로서 그의 자리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취임도 하기 전에 삼성그룹이 비자금으로 관리했다는 `떡값 검사' 중 한 명으로 거론돼 도덕성 시비가 불거져 작년 4월17일 삼성 비자금 특검팀이 누명을 벗겨줄 때까지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대선 정국의 핵이었던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BBK 의혹' 수사를 지휘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수차례 교체설에 흔들리기도 했지만 자리를 지키는 뚝심을 보였다.

수사와 관련해 임 총장은 `원칙과 정도', `절제와 품격'을 입버릇처럼 강조했고, `강한 검찰'보다는 `바른 검찰'을 추구했으며, 사건을 처리할 때는 개인적 정치 성향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검찰 조직의 수장으로 강한 리더십이 부족하고 결단이 늦다는 불만이 제기되면서 `임걱정'이라는 별명과 함께 `지나치게 좌고우면한다'는 아픈 소리를 듣기도 했다.

정권 교체기를 탈 없이 넘겼지만 지난 정권을 상대로 한 사정수사의 책임을 피하지는 못했다.

사실상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중수부는 작년 봄 공기업 비리 수사로 시동을 걸었고 , 가을부터는 세종증권 인수 비리 의혹으로 전직 대통령 주변 수사에 나섰다.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잇따라 구속한 중수부는 올봄 박 전 회장에게서 뻗어나간 돈의 흐름을 추적하면서 점차 노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4월30일 노 전 대통령이 대검에 소환된 후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 여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다가 5월23일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곧장 사직서를 냈다.

사표는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명분으로 반려됐지만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남은 수사의 동력마저 상실되자 임 총장은 결국 다시 사직서를 쓸 수밖에 없었다.

취임식에서 "떠나는 날, 당당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던 임 총장은 3일 오전 사직서를 제출하고 말없이 대검청사를 떠났다.

noanoa@yna.co.kr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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