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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간 고뇌' 마침표 찍은 임채진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인간 임채진이냐, 검찰총장 임채진이냐'
1년6개월간 총장직을 수행하면서 `임걱정'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생각이 많았던 임채진 검찰총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퇴임이 확정될 때까지 13일간 보인 행보 또한 이런 평소 스타일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5일 퇴임하는 임 총장은 자신을 임명한 전직 대통령이자 `피의자' 신분이었던 노 전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급작스럽게 서거하자 하루에도 수차례 거취를 놓고 "인간적인 번뇌로 용퇴하겠다"는 쪽과 "총장의 직무를 다하기 위해 자리를 지키겠다"는 쪽을 오가며 장고를 거듭했다.

임명권자인 노 전 대통령 주변 의혹에 대한 수사에 부담을 느껴온 터라 그를 재판에 넘기면 옷을 벗을 마음을 굳히고 있었던 차에 고인의 서거는 그에게는 인간적으로 더는 검찰총수를 계속 맡아야 할 당위성까지 빼앗아갔다고 한다.

이에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자마자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로 출근하면서 청와대에 `사직합니다'라고 짧게 쓴 사직서를 냈으나 반려되자 이를 다시 법무부에 넘기는 등 서거 당일 하루동안 2~3차례 사직서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은 `사태 수습이 우선이고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김경한 법무 장관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검찰 책임론이 급속히 확산하는 상황에서 총장이 곧바로 사퇴하면 검찰 수사 자체가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으로 검찰이 `자기부정'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그를 즉각 물러나지 못하고 자리에 눌러앉힌 요인이었다.

임 총장은 이 와중에 서울역사박물관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 분향소를 찾아 `기습 조문'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피의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생길 때마다 검찰총수가 퇴임하는 관행이 반복되면 안된다. 인간적 차원에서 스스로 사표를 내고 나가는 것과 책임론에 떼밀려 쫓겨나는 것은 다르다"고 측근들에게 얘기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검찰이 무엇을 개선하고 무엇을 반성해야 하는지 되돌아봐야 하는 것은 기본 전제이지만 그렇다고 수사 자체가 정당성이 없음을 인정하는 것은 겸손과 겸허 단계를 지나 검찰의 존재 근거를 깡그리 부정하는 셈이 된다는 논리였다.

그는 "자리에 연연하는 것은 아니지만 총장은 정치적 책임이 아니라 수사에 대한 법률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수사는 할 수밖에 없는 수사였고 해야 할 수사였다"며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신 건 안타깝고 개인적 인연도 많지만 인간적 도리는 별개 문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3일 다시 전격 사표를 제출한 임 총장의 `사퇴의 변'에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그의 마음속에서 교차했던 온갖 감회가 녹아 있다.

그는 일단 "상상할 수 없는 변고로 많은 국민을 슬프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번 사건 수사를 총지휘한 검찰총장으로서 진심으로 국민께 사죄드린다. 인간적인 고뇌로 평상심을 유지하기 힘든 내가 검찰을 계속 지휘한다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수사에 대해 제기된 각종 각종 제언과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여 개선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사건 수사의 당위성과 정당성을 존중해 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임 총장은 이날 귀가하지 않은 채 지방의 모 사찰에서 묵으며 사의를 확고히 함으로써 13일간의 고뇌에 마침표를 찍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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