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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박한 세태..헤어진 가족 15% 혈육상봉 거부

경제난 영향..경찰, 9년간 8천776명 가족 찾아줘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서울 사당동에 사는 한모(33.여) 씨는 최근 아주 씁쓸한 경험을 했다.

한씨는 10여년 전 연락이 끊긴 이모를 찾고 싶다는 어머니를 대신해 작년 `헤어진 가족 찾아주기'를 하는 경찰에 의뢰했다가 `이모를 찾을 수 없다'는 경찰의 답변을 듣고 포기했다.

하지만 이달 초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어머니의 지인을 통해 우연히 이모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이모가 경찰로부터 어머니가 찾는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상봉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한씨는 "경찰이 이모가 `소재불명'이라고 거짓말을 한 셈이 됐지만 나름 선의로 한 것이니 원망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이 가족 찾기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지금까지 3만4천10명이 신청해 8천776(25.8%)명이 가족과 만났다. 나머지 5천699명의 신청은 처리 중이고 1만5천292건은 소재불명이다.

그런데 12.4%를 차지한 4천243명의 신청은 당사자가 상봉을 거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접수 건수 대비 상봉거부 건수 비율은 2006년 11.5%(접수 1천837건, 거부 212건)에서 2007년 13.1%(5천32건, 658건), 작년 13.6%(5천526건, 751건), 올해 5월까지 15.5%(1천19건, 158건)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원래 이 제도는 6·25 전쟁이나 어릴 때 실종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떨어진 가족을 찾아준다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채무 관계를 해결하거나 경제적 도움을 청하려 친인척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런데 경제가 워낙 좋지 않다 보니 친척이 찾는다고 해도 선뜻 만나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게 경찰의 설명이다.

한 경찰서 민원실 관계자는 "얼마 전에는 혼자 사는 할머니가 동생을 찾아달라고 신청했지만 동생분이 `자꾸 귀찮게 한다'며 한사코 연락처를 가르쳐주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남도 아닌 혈육을 찾아 나선 민원인에게 `그 혈육이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해야만 하는 경찰은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2005년부터는 `상봉거부'일 때 민원인의 입장을 고려해 `소재불명'으로 에둘러 표현하도록 내부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한번 만남을 거부당한 민원인이 계속 가족찾기 신청을 해 업무부담이 가중되고 해당 민원인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 3월부터는 사실대로 말해 주기로 지침을 바꿨다.

경찰 관계자는 "아무래도 사는 것이 힘든 상황에서 가족끼리 연락하기가 부담스러워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며 "경제난 때문에 세태가 각박해지면서 가족의 정도 약해진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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