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17.1℃
  • 흐림강릉 12.8℃
  • 서울 18.8℃
  • 대전 17.1℃
  • 대구 16.2℃
  • 울산 17.0℃
  • 광주 19.3℃
  • 부산 17.1℃
  • 흐림고창 19.2℃
  • 구름많음제주 23.8℃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5.7℃
  • 흐림금산 17.2℃
  • 흐림강진군 19.2℃
  • 흐림경주시 18.8℃
  • 흐림거제 18.1℃
기상청 제공

[미디어평론] 멜로드라마 주인공은 사투리 안쓴다?


“고만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영화 ‘친구(2001)’의 이 한마디 대사는 강력한 메시지를 주면서 장기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황산벌(2003년)’은 영호남 사투리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구성해냈고 '거시기'라는 단어는 한동안 새로운 생명력을 지니게 되었다.


최근 흥행 영화들은 대부분 사투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웰컴투 동막골(2005)’은 강원도 사투리를 등장시켰다. 특히 강혜정의 사투리 신드롬의 영향을 받아 드라마 ‘진짜 진짜 좋아해’의 유진,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의 정려원은 모두 강원도 출신 여성으로 나온다.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 2(2005)’에서는 집단적으로 전라도 사투리가 나왔고, ‘사생결단(2006)’에서는 부산 경남 사투리를, ‘투사부일체(2005)’, ‘나의 결혼 원정기(2006)’, ‘마이캡틴 김대출(2006)’에서도 주요 인물의 입에서 경상도 사투리가 쏟아져 나온다. 양동근, 한가인 주연의 드라마 ‘Mr. 깽’, 정태우와 김재원의 ‘위대한 유산’은 부산 사투리를 등장시키고 있다. 전라도 사투리와 경상도 사투리는 흔한 일, 여기에 충청도까지 가세했다. ‘맨발의 기봉이(2006)’에는 완화된 충남 서산 사투리가 나오고, ‘짝패(2006)’에서는 거친 충청도 사투리를 이범수가 입에 달았다. 국내 사투리를 벗어나는 모양새를 보이기도 한다. ‘태풍(2005)’에서 평양 사투리를 장동건과 이미연이, ‘국경의 남쪽(2006)’에서는 차승원과 조이진이 입에 담았다. ‘댄서의 순정(2005)’에서는 문근영이 연변 사투리를 뱉어 냈다.


과거와 다른 특징이 보인다. 과거에는 주변부, 혹은 조연들만 사투리를 썼지만, 지금은 주인공들이 사용한다. 나이 많은 노인, 부모 혹은 촌스러운 인물이 사용했지만 지금은 젊은이들 , 세련된 외모의 인물들이 사투리를 입에 담고 있다. 같은 지역이라도 약간 차이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 ‘마이 캡틴 김대출’은 부산과 경주의 사투리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 ‘짝패’는 흔히 느릴 것만 같은 충청도 사투리의 과격성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북한 지역 사투리나 강원도 사투리가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표준어를 중심에 두고 사투리는 공감을 이끌어 내는 아이템이고, 대중문화 속에서 문화적 다양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고, 단순히 인기 트랜드로써 사투리를 빌려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춘향전’ 원본에는 이몽룡과 춘향의 대사가 전라도 사투리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요즘 정통 멜로 영화에는 사투리가 쓰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여전히 사투리는 희화화, 토속, 주변부라는 도식에 갇혀있기 때문은 아닌가. 사투리를 쓰는 주인공들의 사랑이야기를 기대해본다. 아마 그때가 사투리를 치우침과 편견 없이 인정하는 단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