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가기 전 준비단계 부터도 여행이라고 들은 적 있다. 2주라는 짧고도 긴 기간 속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깨닫기 위해 그 보다도 더한 기간 동안의 공부와 연습을 필요로 했다.
12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폴란드 바르샤바의 밤풍경이 우리를 반겼다. 전쟁의 아픔을 딛고 되살아난 폐허 위의 도시라는 말에 공감이 갈듯 한 무게감과 장중함과 또한 따뜻함이라는 첫인상을 남기고 지캉카라는 기숙사에서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대통령 궁인 라지비우 궁 앞 의장대의 행렬을 시작으로 흥미로운 여행이 시작되었다. 언젠가부터 몸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길거리의 클래식음악까지 조화되어 음악이 삶의 일부분인 사람들 곁에 친숙함을 더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마저도 색소폰이나 플롯. 첼로 등 수준급 악기로 연주했다.
이 곳은 바르샤바였다. 언어와 외모는 다르더라도 사람의 본성이 빨아들이는 음악은 하나라는 말이 이런 것인가. 어쩌면 돈이 목적이 아닌 여가생활의 자기발전에 주목적을 두는 여유있는 삶이 강인한 음악인을 탄생시키지 않았을까? 쇼팽공원에는 매주 피아노 연주회가 열린다. 현지에 있는 선배가 폴란드 사람은 밥을 굶더라도 연주회 표를 살 만큼 음악을 사랑한다고 했다.
이날 연주는 쇼팽음악원 4학년 재학 중인 학생의 무대로 시작되었다. 이미 피아니스트라고 해도 믿을 만큼 굉장했던 연주는 연주자와 관중이 교감할 때 음악에 표정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그곳에서 나는 나의 장점을 강화시키고 부족함을 채워 음악가로서 부끄럽지 않은 나로 성장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음악은 지식을 초월한다는 폴란드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부끄럽지 않은 음악가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