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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무리한 구조 조정과 출교사태


고려대가 교수 9명을 16시간 동안 감금한 학생 7명에게 출교 조치를 내려 주목을 끌었다. 이는 현재 대학 교육 현실과 밀접하다. 원래 초점은 '출교'라는 징계 때문이었다.


출교는 퇴학 또는 제적보다는 강한 조치다. 퇴학이나 제적은 학적 기록이 있어 본인의사가 있으면 절차를 거쳐 재입학할 수 있다. 하지만 출교는 학적을 아예 삭제하기 때문에 재입학이 불가능하다. 다른 대학 편입도 할 수 없다. 사형 선고와 같은 징계가 타당한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일단, 출교 결정이 일어난 원인은 학내 사태에서 비롯한다. 학생들은 지난달 5일 본관 2층과 3층 사이 계단에 교수들을 억류했다가 풀어줬다. 학생들이 원인을 제공했다.


그러나 근본적 원인은 학교와 갈등 때문이었다. 학생들은 올해부터 편입된 2년 과정의 보건과학대 재학생에게도 총학생회장 선거 투표권을 요구했으나 학교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보직 교수들을 17시간 동안 억류하면서 농성을 벌였다.


학교의 입장은 단호했다. 학교 측은 징계에 앞서 학생들에게 마지막 소명 기회를 주었음에도 학생들은 대드는 등 반성하지 않아 징계 수위를 높였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성명서를 통해 "일부 과격 학생의 경우, 더 이상의 인내와 포용과 용서는 가르침과 선도가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의 책무를 유기하는 것"이라며 "민주의 이름으로 반(反)민주가 저질러지고 자치의 이름으로 폭력이, 정의의 이름으로 불법이 위장되는 일이 방치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에 학생들은 출교 조치에 반발해 20일부터 대학 본관 앞에서 삭발 농성에 들어갔다. 유기정학, 견책 등의 징계를 받은 다른 학생들도 징계 철회와 총장 면담을 요구하며 본관 앞에서 천막 농성에 들어갔다.


그런데 여기에서 근원적인 이유가 단지 선거투표권을 둘러싼 문제에서 불거진 것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왜냐하면 대학의 구조조정에 주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단지 고려대의 일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전남대와 여수대의 통합 뒤 후유증으로 점거 농성이 이루어졌고 총장 불신임으로 이어졌다. 부산대와 밀양대가 통합된 ‘통합 부산대’의 경우 이미 폐교된 밀양대의 졸업장을 수여하여 집단 발발을 샀다. 이는 모두 무리하게 통합을 강행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다. 더구나 대부분 작은 학교나 비인기 학과를 큰 학교 혹은 인기학과 위주로 통합하고 있다. 이는 학문적 다양성을 훼손하고, 대학을 산업 혹은 경제적 이윤의 관점으로 보게 만든다.


학생들의 무반성과 무례를 기준으로 최고 징계권을 내리는 것은 감정적인 면을 넘어 비교육적이다. 애초 발단이었던 투표권에 대한 해법을 도외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대학 구조 조정과 대학 등록금 등대학 교육의 고질적인 모순을 공론화하지 않고 감금 행위 자체에만 주목하는 것은 분명 타당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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