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19.3℃
  • 맑음강릉 24.3℃
  • 맑음서울 18.7℃
  • 구름많음대전 19.2℃
  • 맑음대구 23.3℃
  • 맑음울산 22.1℃
  • 맑음광주 19.0℃
  • 맑음부산 23.5℃
  • 흐림고창 17.9℃
  • 제주 19.0℃
  • 맑음강화 17.2℃
  • 맑음보은 20.4℃
  • 맑음금산 18.5℃
  • 맑음강진군 19.5℃
  • 맑음경주시 23.0℃
  • 맑음거제 20.9℃
기상청 제공

러브토크 - ‘뚜벅이’이어서 미안해요

‘마음까지는 차에서 내려 직접 걸어가야 한다.’

Q : ‘뚜벅이’이어서 미안해요

소위 ‘뚜벅이’들은 여행을 가거나 조금 먼 곳으로 놀러갈 때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학생 신분이더라도 남자 입장에서는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여자친구가 땀을 흘리며 걷고 있을 때 정말 뭐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인데요,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센스 있게 애인을 리드해줄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A : ‘마음까지는 차에서 내려 직접 걸어가야 한다.’

대개의 학생들이 차가 없다. 내가 가장 왕성한 연애 활동을 자랑했던 때도 나는 차가 없었다. 왜냐하면 아직 차를 살 형편이 되지 못했고, 학생 때는 용돈을 받아쓰는 입장이니까.

한국남자들은 차에 대해서 민감하다. 차는 곧 남자의 능력을 대변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차가 있다면 훨씬 더 기동력 있고, 편하게 데이트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차가 없다면 현재 가진 조건 안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나의 경우 차를 가진 남자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조건을 만들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좀 더 신경을 써서 데이트 준비에 임한다. 즉흥적으로 들어가지 않고 김밥집 하나라도 맛있는 김밥집을 알아내고, 그 스토리를 들려준다. 이러한 공은 고스란히 그녀의 마음에 큰 사랑으로 전해졌다. 그녀를 만나러 갈 때면 항상 신경을 많이 썼다. 늘 다른 모습,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내가 가진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 차종이나 드라이브 코스보다 중요한 것은 운전자이다. 어떤 사람이냐가 가장 중요하다. 먼저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평소에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행위의 즐거움을 대신할 수 있는 존재의 즐거움을 상대방에게 전해줄 수 있다. 여행을 갈 때는 힘들지 않게 여행 코스를 짜는데도 신경을 많이 썼다. 환승 코스라든지, 어디서는 택시로 움직이는 것이 편한지, 버스를 탔을 때도 멍청하게 앉아 있거나 혼자 음악을 듣거나 잠을 자지 않았다. 그녀와 함께 창밖을 보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또한 휴게소에 들리면 그녀가 좋아하는 간식도 사주고 하면서 고속버스의 낭만을 만들어 나갔다.

차가 없었지만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주기도 했다. 함께 버스를 타고 그녀의 집 근처까지 가서 그녀 동네 구경도 하고, 때때로 그녀의 교통 카드를 충전시켜 주기도 했었다. 또한 중요한 것은 차가 없는 나에 대한 자신감 없는 모습을 절대 보여주지 않았다. 차를 가진 다른 학생들을 욕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그런 모습 자체가 열등감에 빠진 매력 없는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만족할 수 없는 조건에 나를 내맡기기보다 나만의 가치로써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해준다면 차가 없어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관련기사





[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