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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그것은 사탄의 패배

나는 종교가 없다. 아니, 더욱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초월적인 존재와 구원에 대한 믿음이 없다. 우리를 천국으로 인도할 구원자를 희구하기엔 내 삶이 너무나 짧고, 그 구원자의 마음에 들고자 허위의 신심을 드높이기엔 내 양심이 그렇게까지 보잘것없지 않아서다. 그래도 만에 하나 구원자가 실존하고 내세에 천국과 지옥의 구분이 있다면, 나는 불신의 대가로 지옥에 떨어질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살아남을 궁리를 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심판의 날이 오면 불신자인 나는 아마 지옥으로 떨어지겠지, 대구에 살면서 다져진 더위 내성이 이렇게 빛을 발하다니, 아니 그것보다 그 작열하는 불구덩이에는 단체협약도 없이 24시간 쉬지 않고 일하는 뿔 달린 악마가 기거한다던데, 훈련소 조교만큼 무서울까? 하는 시답잖은 생각이나 하면서. 물론 사탄은 그보다 훨씬 무섭고 사악한 존재겠지만, 그 스테레오 타입으로 훈련소 조교밖에 떠올리지 못한 것은 신의 피조물에 불과한 나의 빈약한 상상력 탓이겠다.

 

최근 북구 대현동에 건축 중이던 이슬람 사원의 공사가 중단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사원은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출신 무슬림 6명과 한국인 1명 등 건축주 7명이 지난해 12월부터 착공한 건물이었다. 그러자 소식을 접한 일부 주민들이 이슬람 사원 건립에 따른 소음과 악취, 재산권, 행복추구권 침해 등의 이유를 내세워 지난달 16일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351명의 서명을 담아 북구청에 탄원을 냈다. 이에 북구청은 건축주에게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고 이내 이슬람 사원 공사는 중단됐다.

 

여기서 몇 가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건물은 고작 200㎡ 규모다. 평으로 환산하면 60.5평인데, 엘리베이터가 달린 최신식 교회나 높이 솟은 첨탑을 자랑하는 성당, 황금색 불상이 있는 불교사찰에 비하면 소박하기 그지없다. 지역주민을 일방적으로 몰아내고 이윤을 위해 재개발을 추진하는 일부 재건축조합이야말로 소음과 악취를 유발한다. 그렇다면 일부 주민의 반발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주노동자에 대한 편견이 곧 악취이고, 그런 이들이 모여있는 이슬람 사원은 행복추구권의 침해이며, 나아가 떨어질 땅값은 재산권 침해인 셈이다. ‘내 기분 나쁘지 않을 자유’가 나머지 자유를 압도하는 지극히 한국적인 풍경이다.

 

시쳇말로 ‘사탄의 패배’라는 게 있다. 사탄보다 사악한 인간의 행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상상 속 악마는 고작 훈련소 조교였지만 실존하는 악마는 언제나 상상을 뛰어넘는다. 머나먼 타국에서 혐오와 차별을 직접 마주하는 이들의 눈에는 한국인이 사탄처럼 비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사탄은 또 1패를 적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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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봉사활동으로 채워지는 꿈 영원히 미성년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성년이 되었다. 봉사활동을 즐겨 하던 어린아이는 어느덧 스물두 살의 대학교 3학년이 되어 ‘청소년’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몇 년간 봉사해 오니, 이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작은 불씨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진로를 향한 작은 불씨는 단순히 봉사활동으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 직업으로 삼아 다양한 연령층을 위해 복지를 지원하고, 클라이언트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큰 불씨로 번지게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였다. 대학교에서 한 첫 봉사활동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거노인분들께 ‘편지 작성 및 생필품 포장, 카네이션 제작’이었다. 비록 정기적인 봉사는 아니었지만, 빼곡히 적은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 드릴 수 있었기에 뜻깊음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다.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직접 대상자와 소통할 줄 알았는데 해당 봉사는 대상자와 면담하지 못하고, 뒤에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장애아동어린이집‘에서 활동한 겨울 캠프 활동 보조일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동들이 다른 길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