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4.0℃
  • 구름조금강릉 4.9℃
  • 구름많음서울 4.8℃
  • 대전 2.9℃
  • 흐림대구 5.6℃
  • 구름조금울산 8.0℃
  • 맑음광주 7.7℃
  • 맑음부산 8.4℃
  • 구름많음고창 7.5℃
  • 구름많음제주 11.4℃
  • 구름조금강화 4.1℃
  • 구름많음보은 2.8℃
  • 구름많음금산 3.6℃
  • 맑음강진군 8.5℃
  • 구름많음경주시 7.1℃
  • 맑음거제 6.1℃
기상청 제공

'미안해' 라는 말의 가벼움

‘미안해’나 ‘고마워’ 같은 말들은 우리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윤활유와도 같은 단어들이다. 우리는 이런 말들을 자주 사용하면서 우리가 교양 있는 사람으로 한 발 더 가까워져가고 있다고 은연중에 느끼게 된다. 보통 우리는 친구와의 약속 시간에 늦었거나 약속을 잊었을 때 ‘미안해’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이렇게 간단한 사과로 끝나는 일상적인 의미에서 한 발 더 깊게 들어서보면 이 단어가 그리 간단한 말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잘 사귀어오던 여자친구 혹은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할 때 ‘미안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돌아서서 나온다. 이 순간에 우리는 가장 이기적인 사람으로 변모해버린다. 자신이 얼마나 미안한 짓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다. 이 말을 남기고 나오는 우리는 과연 마음속으로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기는 하는 걸까? 우리의 이기심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을 방어하는 수준에까지 그것을 끌어올린다. 그리하여 우리의 입에서 거침없이 나와 버리는 더 독한 한마디, 이기심의 결정체를 내뱉는다. ‘정말 미안해!’ 그렇다. 미안함 뒤에 숨어있는 자신의 팽배해진 이기심을 감추기 위해서는 ‘정말’이라는 ‘정말 같지 않은 정말’이 아마도 꼭 필요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익숙한 ‘미안한’ 상황을 얼마나 만들어가면서 살아왔을까, 나 자신을 돌아본다.

이제, ‘미안해’라는 말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 같다. ‘미안해’라는 말로 부족해서 ‘정말’이라는 말을 붙이고 싶은 그 순간에 우리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약간의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마음이 이미 떠나버린 곳에 무엇인들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있겠냐마는 자신의 아름답지 못한 모습이 타인에게, 그것도 지금까지 자신이 중요하게 여겨왔던 그 사람에게 환히 비치고 있다는 사실을 마음속에 그려본다면 ‘미안해’라는 말 한마디로 때워버리기에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염치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계명대신문사로부터 이 글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대학 방송국 활동을 하던 시절이 떠올라 잠깐 마음이 두근거렸습니다. 대학생에게 권하는 한 권을 고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여러분과 같은 대학생일 때 제가 제일 좋아했던 소설은 틀림없이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이었습니다. 책을 펼치면 어느새 나는 프랑스 벨빌 거리 어느 골목,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7층 계단에 걸터앉아 있습니다. 살찌고 병이 든 로자 아줌마에게는 힘이 부치는 계단입니다. 모모는 그녀가 자기를 돌봐주는 대신 누군가가 돈을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습니다. 로자 아줌마는 그저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돌봐주는 줄 알았기에 밤새도록 울고 또 울었습니다. 빅토르 위고를 좋아하는 하멜 할아버지는 길에서 양탄자를 팝니다.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할아버지는 그렇다고 말하며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입니다. 유태인 수용소에서 살아나온 로자 아줌마는 모든 위조 서류를 가지고 있습니다. 몇 대 째 순수 독일인이라는 증명서도 있습니다. 로자 아줌마는 한밤중에 겁에 질려 지하실로 숨어 들어가기도 합니다. 로자 아줌마의 병이 깊어갈수록 모모는 밤이 무서웠고, 아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