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5.3℃
  • 맑음강릉 5.9℃
  • 구름많음서울 4.5℃
  • 흐림대전 6.3℃
  • 구름많음대구 6.4℃
  • 구름조금울산 8.2℃
  • 구름조금광주 8.7℃
  • 맑음부산 8.5℃
  • 구름조금고창 7.2℃
  • 구름많음제주 11.7℃
  • 구름많음강화 4.4℃
  • 흐림보은 3.3℃
  • 구름많음금산 3.3℃
  • 구름조금강진군 9.8℃
  • 구름조금경주시 7.5℃
  • 맑음거제 7.3℃
기상청 제공

자본주의와 동물의 비애


새봄이 오고 신학기가 시작되었지만 겨우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한 구제역 때문인지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불편하다. 비록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집단적으로 생매장되는 소와 돼지들을 보면서 사람됨에 대한 반성을 깊이 하게 되었다.

구제역에 걸린 동물들을 살처분하는 것은 단순한 살생이 아니다.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없는 불량 제품을 대량으로 폐기처분하는 일에 해당된다. 한 생명체가 동물로 태어나 살다가 어떤 계기로 죽음을 맞게 된다면 다른 생명체로부터 동정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어떤 상품이 쓸모가 없어져서 폐품으로 전락하게 되면 아무도 불쌍하게 여기지 않는다. 구제역으로 죽은 수백만 마리의 소와 돼지는 그래서 억울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소와 돼지나 닭을 이 땅에서 살아갈 권리를 가진 생명체로 보지 않는다. 옛날에도 물론 이들 동물이 인간처럼 권리를 가진 존재로 인식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때에는 대부분 동물들은 주인의 귀염을 받으며 논밭의 일을 돕거나 마지막에는 자신을 길러준 주인에게 맛있는 고기를 제공하는 평온하고 나름대로 존엄성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었다.

이들 동물이 영화 ‘워낭소리’에서처럼 인간들과 수준 높은 교감을 주고받는 처지에서 한갓 물품으로 전락하게 된 것은 그 동물들이 인간에게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니라 돈을 벌어다주는 수단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돈으로 통하고, 모든 가치가 화폐가치로 환원되는 오늘날, 대규모 ‘고기공장’을 경영하는 사람들과 그 공장에서 나오는 제품을 매일 사서 먹어야 건강을 유지한다고 믿는 사람들에겐, 석양을 바라보며 되새김질하는 누런 소의 덕스러움과 모든 것을 포용할 듯 여유로운 몸매를 가진 돼지의 천진무구함이 별로 문제 되지 않는 듯하다.

자식처럼 키우던 소들을 한꺼번에 땅에 묻고 나서 괴로워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목숨을 끊은 분도 있다고 한다. 이런 소식을 듣고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도 참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구제역으로 인한 고통은 동물과 인간 모두가 받는 게 아닌가? 고통에 관한 한 인간과 동물은 똑같은 존재이다. 어디 인간과 동물뿐이랴. 생매장당한 동물들을 품게 된 대지의 여신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리라.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가 아무리 불가피할지라도, 인간의 무지와 탐욕이 빚어낸 이런 재앙은 너무 심한 것이 아닐까?

관련기사





[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계명대신문사로부터 이 글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대학 방송국 활동을 하던 시절이 떠올라 잠깐 마음이 두근거렸습니다. 대학생에게 권하는 한 권을 고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여러분과 같은 대학생일 때 제가 제일 좋아했던 소설은 틀림없이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이었습니다. 책을 펼치면 어느새 나는 프랑스 벨빌 거리 어느 골목,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7층 계단에 걸터앉아 있습니다. 살찌고 병이 든 로자 아줌마에게는 힘이 부치는 계단입니다. 모모는 그녀가 자기를 돌봐주는 대신 누군가가 돈을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습니다. 로자 아줌마는 그저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돌봐주는 줄 알았기에 밤새도록 울고 또 울었습니다. 빅토르 위고를 좋아하는 하멜 할아버지는 길에서 양탄자를 팝니다.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할아버지는 그렇다고 말하며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입니다. 유태인 수용소에서 살아나온 로자 아줌마는 모든 위조 서류를 가지고 있습니다. 몇 대 째 순수 독일인이라는 증명서도 있습니다. 로자 아줌마는 한밤중에 겁에 질려 지하실로 숨어 들어가기도 합니다. 로자 아줌마의 병이 깊어갈수록 모모는 밤이 무서웠고, 아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