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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 그리운 이.


계절은 진실하다. 무더위에 지친 캠퍼스도 가을비 한줄기에 생기를 되찾았고 붉은 벽돌 건물은 담쟁이의 조화로 중후한 고풍스러움으로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가을이다. 만물이 결실을 위해 나름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다.

새벽녁엔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서늘한 바람에 돌아누우니 어느 듯 귀뚜라미와 가을벌레 소리가 방안 구석구석에서 자욱이 들려오는 계절. 이맘때면 평소엔 생각지도 않았던 이들이 아련한 기억 저 너머에서 의식의 세계로 다가오고 떨어지는 낙엽과 함께 가슴 가장자리를 살며시 차지하게 된다. 어릴 때 시골 한동네 친구들. 초등학교 때의 담임 여선생님. 중학교 때 생물선생님. 고등학교 때 선생님들. 그리고 몇몇 친구와 인연들. 보고 싶고 그리운 이들이다. 그이들도 이맘때 쯤 이면 아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 그이들의 마음속에 과연 내가 포함되어 있을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생각하니 괜시리 서운하고 서글픈 마음이 든다.

나는 그 친구와의 관계를 춘추시대 제(濟)나라의 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牙)와 같은 정도로 둘도 없는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옳고 그름에 너무 집착하여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지 않았는가? 대의명분을 내세워 타인에게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역린(逆鱗)을 건드리지 않았는가? 옛말에 군자는 남의 선을 드러내기를 좋아하고 소인은 남의 악을 드러내기를 좋아한다(君子喜揚人善, 小人喜揚人不善 : 군자희양인선, 소인희양인불선)하였는데. 소인과 같이 행동한 기억이 새삼 부끄러워지는 것은 말없이 찾아온 이 노회한 가을이 주는 반성의 선물인가?
군자불기(君子不器)라 하였던가?

군자(君子)란 그 크기가 물건을 담는 데 불과한 그런 고정된 그릇이 아니라는 말이다. 즉, 어떤 일에 있어 한계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리라. 할 수 있고 하지 못하는 것을 가리거나, 지식이 좀 있다고 해서 누구나 군자인 것은 아니란 말이다. 지식과 더불어 인격도 동시에 갖추고 덕을 실천하는 참된 자가 군자인 것이다. 오기와 아집, 편견과 독선을 부리는 그런 편협한 사람은 결코 군자가 아니다. 융통성이 풍부하고 포용력이 있은 사람이 진정한 군자인 것이다. 이 가을. 그리운 이.

이시대의 진정한 군자를 내 안에서 보고 싶다. 그리고 해가 바뀌어 다시 오는 가을엔 공자(孔子). 그 분이 우리의 가슴 가장자리에 중후한 고풍스러움으로 남아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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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봉사활동으로 채워지는 꿈 영원히 미성년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성년이 되었다. 봉사활동을 즐겨 하던 어린아이는 어느덧 스물두 살의 대학교 3학년이 되어 ‘청소년’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몇 년간 봉사해 오니, 이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작은 불씨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진로를 향한 작은 불씨는 단순히 봉사활동으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 직업으로 삼아 다양한 연령층을 위해 복지를 지원하고, 클라이언트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큰 불씨로 번지게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였다. 대학교에서 한 첫 봉사활동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거노인분들께 ‘편지 작성 및 생필품 포장, 카네이션 제작’이었다. 비록 정기적인 봉사는 아니었지만, 빼곡히 적은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 드릴 수 있었기에 뜻깊음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다.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직접 대상자와 소통할 줄 알았는데 해당 봉사는 대상자와 면담하지 못하고, 뒤에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장애아동어린이집‘에서 활동한 겨울 캠프 활동 보조일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동들이 다른 길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