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숙명여대가 행정당국의 시정조치 요구를 무시한 채 중앙도서관 지하 열람실 등 3곳을 장기간 무단으로 사용해오다 관할 구청으로부터 이행강제금 약 3억원을 최종 부과받았다.
서울 용산구청 관계자는 27일 "중앙도서관 지하 열람실과 진리관(대학원 건물), 기숙사의 사용을 중단하라는 올해 8월 말 시정명령에 대학이 계속 불응해 건축법 제80조에 따라 오늘 이행강제금 고지서를 발부했다"고 밝혔다.
시정명령은 숙대가 2004년 해당 건물을 건립할 때 주차장 2곳을 짓겠다고 한 약속을 이행하지 못해 내려진 것으로, 이런 '주차장 분쟁'은 일반 건축주와 구청 사이에서 흔히 벌어지지만 대학이 이에 휘말려 이행강제금 처분까지 받은 것은 드문 일이다.
구청은 관련 법규에 따라 숙대가 3개 건물의 사용을 중단하거나 주차장을 완공해 정식 사용 승인을 받을 때까지 1년에 최대 두 번까지 이행금을 반복해 부과할 수 있다.
숙대는 2004년 도서관 지하 열람실을 증축하고 진리관ㆍ기숙사를 신축하면서 42대와 54대 규모의 옥외 주차장 두 곳을 짓는다는 '실시계획'을 마련해 구청 승인을 받았지만 이 주차장 건립안을 이행하지 않았다.
구청은 이에 따라 3개 건물에 대한 정식 사용승인을 거부하고 '계획안을 빨리 이행하거나, 법적 절차에 따라 안을 변경하라'는 임시승인 조처로 최장 4년 동안 시설을 한시적으로 쓰도록 배려했다.
하지만 숙대는 기한 만료를 한달 남겨둔 올해 7월 말에야 첫 주차장 건립 변경안을 냈다가 무산됐고, 구청은 임시승인의 연장을 거부한 채 해당 건물에 '사용중단' 명령을 내렸다.
숙대가 도서관 앞에 짓기로 했던 주차장을 소음 및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잔디밭으로 무단 용도 변경했고, 건립안을 바꾸는 법적 절차도 장기간 밟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대학 측은 지난 20일 학교 웹사이트에 게재한 학내 공지문에서 "(지난 7월) 변경안을 내는 등 시설 건립을 위해 성실하게 노력했으나, 구청이 원안에 따라 도서관 앞에 주차장을 다시 만들라는 주장을 내세워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숙대는 이번 이행금에 대해 별도의 대응을 하지 않은 채 최대한 빨리 주차장 건립안을 바꿔 시설을 짓고 정식 사용권을 얻을 계획이다. 대학 홍보실 관계자는 "예전에 밝힌 내용에서 덧붙일 것이 없다"고 말했다.
숙대는 도서관 앞 주차장을 녹지로 정식 용도 변경하고 대강당 뒤편에 대형 옥외 주차장 한 곳을 지어 법정 주차 대수를 충족하겠다는 변경안을 지난 16일 다시 제출했다.
학내에선 결국 대학 측 착오로 돈을 낭비하게 됐다며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학교에서 취업 준비를 하는 졸업생 A(24)양은 "대처를 제대로 못한 것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 대학 측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 학내 게시판을 통해 '유야무야'식 변명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재학생 B(22)양은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이행금을 부담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미리 일을 잘해 이런 상황이 안 벌어지게 했어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