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김재홍 기자 = 경제가 어려울수록 고시 학원에 취업 준비생들이 몰린다는 속설이 깨지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에 정부의 공무원 정원 감축 기조와 로스쿨 도입 여파가 겹치면서 불황을 모르던 고시학원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25일 신림동과 노량진 학원가에 따르면 최근 각종 공무원 채용·자격증 시험을 전문으로 하는 학원들의 수강생이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노량진의 한 고시학원 관계자는 "이전에는 경기가 불황일 때 오히려 수강생이 많이 몰렸고, IMF 때는 공인중개사를 준비하는 사람이 넘쳐날 정도였다"며 "하지만 작년 말부터는 전체 수강 인원이 10%나 줄었다"고 전했다.
B고시학원의 한 주임도 "경기 불황 속에서 정부가 공무원 채용을 줄인다고 발표해 타격이 크다"며 "노량진역 일대의 유동인구 자체가 줄고 학원 수강생도 10∼20% 감소했다"고 말했다.
G고시학원 이모(33) 주임은 "수강 인원이 절반 정도로 줄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런 상황에서 강사가 직접 강의하는 이른바 `실강'(실제 강의)보다 저렴한 `동강'(동영상 강의)가 선호되면서 학원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수강 인원이 많아 `실강' 강의실에 수용할 수 없을 경우 동영상으로 강의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영상반을 개설했지만 이제는 수험생들이 처음부터 6만∼8만원 저렴한 영상반을 택한다는 것이다.
수강생이 줄자 일부 고시학원들은 수강료를 예년에 비해 10∼20% 올리는 자구책을 내놨으나 이 때문에 수강생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신림동의 한 유명 고시학원의 경우 민법 강의(60회 기준) 현재 수강료는 91만8천원으로 2007년(87만원)에 비해 4만8천원 올랐다.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정모(27)씨는 "신림동 일대 유명 학원들의 학원비가 동시에 올라 담합이 의심될 정도"라며 "하루당 강의 단가로는 작년에 비해 4천원 정도 올라 한달로 치면 10만원 더 부담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조모(29.여)씨는 "수강료가 저렴한 곳을 알아보러 다니고 있는데 1년 사이에 학원비가 몇만원씩 올랐다"며 "기간제 교사 생활을 하며 버는 돈으로 수강료를 내고 있는데 부담스럽다"고 하소연했다.
고시학원들의 경영이 어려워지자 노량진역 일대 등에 여러 지점을 두고 있던 대형 고시 학원들은 규모를 줄이고 인건비.관리비를 절감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른바 `스타 강사'가 없는 소규모 학원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수강료 할인이나 교재 무료제공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수강생의 발길을 잡으려고 애쓰고 있다.
한 고시학원 관계자는 "수강료를 동결했지만 무료 특강이 늘어 실질적으로는 수강료가 내려간 셈"이라며 "학생들이 외면할 게 뻔한데 올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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