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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조미료 MSG 이슈 진단

MSG가 건강에 미치는 문제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요즘 일부 방송매체에서 조미료 MSG를 인체 유해물질로 간주, 이를 사용하지 않는 음식점을 “착한음식점”으로 지정해 소위 “MSG 안먹기운동”을 벌여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또한 라면, 스낵 등 가공식품 포장에 “무(無)MSG” 또는 “MSG 무첨가”라는 표현도 자주 볼 수 있다. MSG 과다 복용 시 두통, 메스꺼움 등의 부작용과 알러지 유발 가능성이 연속적으로 보도됨에 따라 국내 대부분의 가공식품업체는 MSG를 줄이거나 첨가하지 않으면서 인공조미료를 기피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1993년 음식에 고기맛을 주는 MSG(Monosodium-L-glutamate, L-글루탐산나트륨)에 대한 위해 논쟁이 크게 불붙은 적이 있었다. 그 해 12월 초 (주)럭키가 새 조미료 “맛그린”을 시판하면서 사용한 “MSG는 화학조미료” 광고가 원인이었다. 타사제품에는 유해성 논란이 있는 화학조미료 MSG가 들어 있는 반면 자사제품은 “천연조미료”라는 주장이었다. 이는 최근 커피믹스 제품의 “카제인나트륨” 논란과 유사한 경쟁사 제품을 의도적으로 비하하는 경쟁업체간 노이즈 마케팅에서 비롯된 것이다.

MSG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지금은 이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이 글루탐산은 1866년 독일에서 먼저 발견되었지만 그 누구도 조미료로 사용할 생각을 못했었다. 그러나 MSG는 1908년에 일본 동경대 화학과 이케다 키쿠나에(池田菊苗) 박사에 의해 다시마를 대량으로 우려내 증발시킨 갈색 결정체로 처음 발견되었다. 이케다박사가 이 감칠맛 성분을 “우마미”라고 처음 명명했는데, 웹스터 사전에 등재되어 “글루탐산이나 아스파트산의 염(나트륨)의 맛”으로 정의되어 있다. 또한 미국인이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제목에 “Umami(うま味) taste”라고 쓸 정도로 이제는 더 이상 일본어가 아닌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글로벌 학술용어라고 한다.

MSG는 “식품의 제조, 가공 시 맛과 향을 증가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식품첨가물로 아미노산인 글루타민산의 나트륨염”으로 정의된다. 일반인들이 맛을 느끼는 최저농도가 소금은 0.2%, 설탕은 0.5%인 것에 비해 MSG는 0.03%로서 매우 낮은 농도에서도 맛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짠맛, 신맛, 쓴맛을 완화시켜 주고 단맛을 높여 주는 특성이 있다.

일반 소비자들은 MSG를 글루탐산의 유일한 공급원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이는 유제품, 육류, 어류, 채소류 등 단백질 함유 식품에 천연으로 다량 존재하고 있다. 특히, MSG가 녹은 형태인 글루탐산은 아미노산의 일종이기 때문에 치즈, 간장 등 단백질 식품에 늘 자연적으로 존재한다.

1960년말 미국 Olney박사가 MSG는 쥐 실험에서 뇌손상, 시신경 장애 등을 일으킨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천식, 비염 등 알레르기 유발, 발암 등 각종 안전성 논란의 표적이 되어 왔으며, 과다 섭취 시 두통, 메스꺼움 등 소위 “중국음식점증후군” 유발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그리고 나트륨 성분도 포함돼 있어 고혈압 환자는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1987년 미국식품과학회(IFT)는 MSG를 설탕이나 소금처럼 아무런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식품군(GRAS, generally recognized as safe)으로 분류, 사용토록 공식입장을 표명했고, 미국 FDA는 이를 받아들여 GRAS로 분류했다. 일반적인 독성정도를 비교할 때 사용하는 반수치사량인 LD50(lethal dose 50%)값을 비교해 볼 때, MSG는 19.9g/kg(oral, rat)으로 구연산(Citric acid, 11.7g/kg), Vitamin C(11.9g/kg)보다 독성이 절반 정도 약하고, 소금(4g/kg) 보다는 5배나 독성이 약한 매우 안전한 물질이다. 1987년 WHO/FAO의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에서도 MSG를 독성이 낮아 ADI(일일섭취허용량)을 폐지해 양에 대한 제한 없이 사용토록 허용하는 「NS(Not Specified)」 품목으로 관리하고 있을 정도로 안전하다.

“중국음식점증후군” 또한 1968년 뉴잉글랜드의 의학 학술지인 “Journal of Medicine”에 정식 투고된 학술적 논문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중국 음식을 먹고 속이 메스껍고 거북하다고 느낀 한 독자가 편집자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일 뿐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주장도 있다.

글루탐산은 세 가지의 체내 중요 생리작용이 있어 MSG 또한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물질이라는 주장도 있다. 첫째, MSG는 인간이 단백질 섭취 시 이를 아미노산으로 분해, 흡수토록 하는 단백질 대사과정에 참여하고, 둘째,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신경전달 과정에 관여하며 셋째, 분해된 아미노산을 다시 우리 몸에서 필요한 단백질로 합성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특히, 모유는 글루탐산 함량이 30~50%에 달하고, 인체 내 총 아미노산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생체 내 중요한 물질이라고 한다.

MSG가 건강에 미치는 문제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MSG는 원래부터 이미 자연에 존재하는 천연성분이고 독성이 거의 없는 안전한 물질이므로 지나치게 공포를 느낄 필요가 없다. 물론 MSG도 과하면 몸에 좋지 않고 섭취를 반드시 해야만 하는 필수영양소도 아니다. 그러나 섭취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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