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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우려 속의 4.11 총선과 향후 정국

후보공천의 적부가 총선의 성패로 이어질 가능성


4.11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간 정치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 표심을 얻으려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양당은 각종 정책적 공약을 쏟아내고 있고, 후보자 공천과정부터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SNS 등 각종 매체를 동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많은 국민은 기대와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의 눈과 입에 신경 쓰는 여야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한국사회에 참여민주주의의 기틀이 마련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를 하게 되고, 반면 여느 때와 같이 선심성 공약이 난무하고 후보자 공천과정에서의 잡음을 목격하면서 아직 한국정치는 갈 길이 멀다는 우려를 하게 된다.

해방 이후 우리는 정치적 민주화, 지역감정 해소, 좌우 이념갈등 해결 등을 위해 노력해왔다. 김영삼 정부의 집권은 민주세력의 첫 집권을 의미했으나,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김대중 정부 또한 고질적인 영호남 대결구도의 해소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으나, 지역감정이 사라지게 하지는 못했다. 노무현 정부의 등장은 그동안 잠재해왔던 좌파 대 우파 구도 속에서 좌파의 승리를, 그리고 기득권 세력에 대항한 민중세력의 집권을 의미했다. 그러나 집권 이후 좌우 대립은 오히려 더 격화됐고 사회적 갈등은 증폭됐다. 결국 그는 불행한 대통령의 말로를 보여주며 국민을 안타깝게 했다.

민주-반민주, 영남-호남, 좌-우 갈등을 겪으면서 한국정치가 한 차원 높게 성숙한 점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 대가는 너무 컸다. 국민의 실망감은 갈수록 커졌고, 어떤 세력이 정권을 잡건 마찬가지라는 허무주의가 팽배해졌다. 그러면서 상당수의 국민은 이러한 갈등 구도를 벗어나 잘 먹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실용’주의적인 노선을 표방한 후보에게 표를 던졌고, 그 결과 이명박 정권이 창출되었다. 하지만 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경제적 기대는 실망감으로 이어졌다. 각종 경제지표가 양호하고 국제경제환경 등 외부조건에 의한 어려움이 크더라도 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4.11 총선은 다가오고 있다. 과연 우리 국민은 어떠한 기준으로 어떠한 정치세력에게 지지를 보낼 것인가. 해묵은 민주-반민주 세력 논의는 식상한 것이고 여(與)든 야(野)든 어느 한 쪽으로 분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영남-호남 세력 논의는 과거만큼 부각되지는 않으나 벗어나기는 힘들 것같다.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변모할지라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비대위 위원장의 이미지가 영남당으로서의 성격을 탈색시키기 쉽지 않다. 민주통합당도 구 노무현 정권 측근이 영입되고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대선 후보 가능성이 점쳐지더라도 구 민주당 세력의 지지 기반인 호남을 주 근거지로 할 수 밖에 없다. 좌-우 세력 논의는 아직 잔존하고 있으나 최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내세운 정책 공약을 보면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세력논의에 기반한 정치 바람이 불게 될 가능성이 크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무엇이 국민의 선택 기준이 될 것인가. 혹자는 현존 정치구도를 친MB 세력과 반MB세력 내지 친박 세력과 반박 세력 등으로 자리매김한다. 하지만 대선 구도와 총선 구도는 사뭇 다를 수 있다. 특히 신진 정치인물과 여성 및 소수 집단 대표인물 영입이 강조되는 이번 총선에서는 다른 때보다 더욱 인물론이 선택기준으로 우선할 수 있다. 여(與)든 야(野)든 기존 정치인물과 신진 정치인물 간의 물갈이가 관심사이고 그 물갈이의 근저에는 ‘건전’ 세력여부가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즉 부패하지 않고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냐, 상식적인 사고와 행동을 해온 인물이냐가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후보 공천의 적부(適否)가 4.11 총선의 성패(成敗)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총선에서 여야 모두 정치 바람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바람을 만들면서 이를 타고 쉽게 의석을 장악하려는 세력 간의 다툼이 계속된 것이다. 바람 속에서 유권자의 의사는 왜곡되고 인물론은 사라져버리기 일수였다. 과연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반MB 세력을 결집하여 원내 제1당으로 국회를 장악하게 될 것인가. 아니면 친MB 및 친박 등 보수대연합 세력이 힘을 합하여 국회를 장악하게 될 것인가. 연초의 정치상황은 전자의 가능성이 커보였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바람론이 인물론을 무력화시키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결국 양당의 후보 공천이 더욱 더 중요해지고 있다.

4.11 총선 후 새누리당이 원내 제1당을 유지한다면 현 정부의 노선은 탄력을 받게 될 것이나, 민주통합당이 제1당이 된다면 정국은 새로운 변화에 휩싸일 것이다. 그 한 예로, 한미 FTA는 원점에서 재조명될 가능성이 크다. 최소한 연말 대선 때까지 민주통합당은 한미 FTA를 정치쟁점으로 끌고 갈 것이다. 설사 집권 후 정책적 번복을 할지라도 민주통합당은 금년 양차의 선거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론을 예의주시하며 수위를 조절할 것이다. 복지 정책에 있어서도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과 차별화된 한 수 앞선 정책적 공약을 내세우려는 강박관념 속에서 정책적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도 한미 FTA에 대해서는 차별화된 입장으로 나아갈지라도 각종 복지 공약을 통해 표심을 잡으려고 할 것이다.

여기서 우려되는 점은 양당 모두 참여민주주의가 아닌 ‘복지 민중주의(populism)’의 늪에 빠질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참여민주주의가 갖고 있는 민주적 성격은 참여과정의 절차적·실질적 투명성을 근거로 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참여민주주의는 잘못된 민중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참여민주주의라는 미명하에 숙고 없이 행해지는 여론 수렴이 가져올 파장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여론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나 변화하기 쉽고 감정에 치우칠 우려가 있는 여론에 지나치게 반응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여론을 따른 것인데 왜 그러느냐”는 식의 태도는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 혹시 정해진 정책적 방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특정 정치세력이 여론 수렴을 내세우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우리는 때론 지울 수 없다.

4.11 총선 결과가 연말 대선의 바로미터(barometer)가 될 것이다. 그러나 총선의 승리가 대선의 승리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그 반대의 결과를 많이 목격한 바 있다. 어느 한 정치세력의 독선을 보는 순간 우리 국민은 가차 없이 이를 심판하는 자세를 취해 온 것이다. 하지만 총선 결과 정국 주도권을 쥔 정치세력이 이를 잘 관리해나간다면 총선승리가 대선승리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은 공천 후보 쇄신을 통한 인물론으로, 야당은 현 정부 심판을 내세우는 바람론으로 승리를 모색할 것이다. 어느 쪽으로 대세가 잡힐지는 여야의 세력 결집의 성패에 달려 있는 것이다.

금년 12월로 예정된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 국민의 선택은 어떤 기준에 근거할 것인가. 세력 논의가 아니라면 인물 논의가 대선에서도 국민의 선택을 좌우할 것인가.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은 지난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영향을 끼친 ‘실용(實用)’ 코드를 보다 구체화한 ‘실리(實利)’ 코드에 기초할는지 모른다. 건전 세력에 기반한 인물에 대해 개인적 실리에 바탕을 둔 투표행태가 기대되며 예측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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