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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후 우리의 대응은?

사고 관련 당사자 은폐 등의 문제점에 대한 시스템 차원의 원인 접근 필요

어느 시에서처럼 4월을 잔인한 달로 만들었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났으나 어느 누구도 참사의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었고, 우리 사회가 참사 이전보다 안전해졌다고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응하여 왔으며, 그 문제점이 무엇이며, 유사 재난을 방지하려면 어떻게 하여야 하는 지를 살펴본다.

수학여행으로 들뜬 단원고 학생 325명을 포함한 476명의 승객을 태운 세월호는 짙은 안개로 예정시간보다 150여분 늦게 2014년 4월 15일 21시경에 제주도를 향하여 인천항을 출항하였다. 세월호는 조류가 빠른 맹골수로를 지나던 다음날 오전 8시 48분경 배가 왼쪽으로 기울기 시작하여 2시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안에 차가운 바다 속으로 급격하게 침몰하였다. 이 사고로 304명의 승객 및 승무원이 사망하거나 실종되었으며, 이들 대부분이 인생의 꽃을 채 피워보지 못한 꽃다운 고등학생이라 우리를 더 슬프게 하였다.

참사의 원인은 수많은 국내외 언론 보도,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 결과를 통하여 대부분 밝혀져 있다. 가장 직접적인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3등 항해사의 운항 미숙, 선장의 직무 태만, 조타기 이상, 적정량의 2배 가까운 화물 과적 및 이를 숨기기 위한 과도한 평형수 빼내기, 화물 고박 불량, 선박의 불법 증축, 운항관리 부실 등이 원인으로 언급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후 구조 활동에서 선장을 비롯한 선원의 씨맨십 결여, VTS, 해양경찰, 중앙재해재난대책본부,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 등 관계 기관의 초동대처 미숙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를 상실하고 대형 참사를 초래하였다.

재난 이후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효과적 사후 수습과 같은 유형의 재난이 재발되지 않도록 원인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발 방지안을 수립하여 시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에서 우리의 대응은 어떠하였는가? 과거 여느 재난에서처럼 안전 불감증으로 또다시 후진국형 인재(人災)가 발생하였다고 비난하며, 사고 유발자와 관련 당사자를 얼마나 그리고 어느 선까지 구속할 것이냐가 주된 관심사였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안전행정부 등 관련자를 처벌 혹은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였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399명을 형사입건하고 그 중 154명을 구속하였으며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해양수산부 장관, 총리는 참사의 책임을 지고 사임을 표명하였고,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대통령 하야를 언급하는 등 이전의 대형 사고에서처럼 객관적 원인 분석보다는 인적 처벌에 매달려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관련 당사자의 처벌은 피해자 가족이나 일반 국민의 감정에 호소하고 추후 다른 담당자에게 경각심을 높일 수는 있으나,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사고 관련 당사자는 처벌이 두려워 사고의 진실을 숨기려는 경향을 보이게 되어 사고의 진상 규명이 어렵게 된다. 둘째, 처벌 관련자를 찾는 것으로 사고 조사를 마무리 하려는 경향이 있어, 객관적 원인 조사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셋째, 사고의 결과만을 보고 판단하게 되어 사고는 한 번의 인적 실수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게 된다. 즉, 사고는 평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일이나 행동이 안전을 저해하는 특정 사건과 결합하여 발생하나, 관련자 처벌로는 이러한 사고 발생 메커니즘을 제거하기 어렵다. 세월호가 침몰할 당시 선장은 선박에 위험이 생길 우려가 있을 때에는 선박의 조종을 선장이 직접 지휘하여야 한다는 법 규정을 무시하고 조타실을 떠나 선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러한 규정 위반은 전에도 관습적으로 있어 왔으나 사고로 연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날은 경험이 미숙한 3등 항해사의 운항, 빠른 조류, 무리한 과적, 선박 증축, 과도한 평형수 빼내기 등의 요인이 한꺼번에 작용하여 사고로 연결되었다. 따라서 사고를 유발한 선장, 3등 항해사를 처벌하여도 나머지 위험 요인은 그대로 남아 있게 되어, 사고는 언젠가 다른 원인으로 누군가에 의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처벌 위주의 단편적 대응으로 1993년 서해훼리호사고(292명 사망), 1995년 대구지하철 가스폭발사고(101명 사망), 1995년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502명 사망),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사고(192명 사망), 2014년 세월호 참사와 같은 100명 이상이 사망한 대형 사고가 20여년 내에 5건이나 반복되었다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까지와 같은 처벌 위주의 대응은 유사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이 될 수 없으며, 사고를 단편적이 아닌 사고 현장의 장비와 환경, 업무 프로세스, 관련자뿐 아니라 기업, 지방 및 중앙 정부, 법체계 등 모든 관련 요소를 망라한 시스템적 차원에서 원인을 찾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하겠다. 가장 우선적으로 안전 선진국에서처럼 사고 조사가 객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사고 조사는 정부 담당 부서뿐 아니라 관련 전문가로 독립적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사고를 최종적으로 유발한 인적 실수뿐 아니라 이와 관련된 규정, 조직 요소까지 시스템 전체에 대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세월호특별법에 따라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으나, 법률가 위주로 구성된 위원의 면면과 정치적 논쟁을 볼 때 객관적이고 전문적 조사가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다음으로 조사 결과는 규범 및 규정의 제·개정, 조직 변경 등으로 제도화되어야 하며, 규정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언론과 정치권은 진상 조사가 객관적으로 이루어지고 바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 결과를 차분히 기다려주어야 한다. 감정을 자극하는 속보성 재난 보도나 정치적 논쟁은 조사를 방해하거나 여론에 부합하는 임시방편적 결과를 내게 하는 등 조사를 왜곡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이제까지 해온 대로 세월호 참사에서도 관련자 처벌을 통하여 우리의 울분을 달래는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시스템적 관점에서 객관적 원인 분석을 통하여 더 이상 같은 유형의 인적 재난이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그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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